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한 치과 입구. 해당 치과 원장 강모씨는 교정치료 환자들을 상대로 선금을 받은 뒤 일방적으로 치료를 중단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한 치과 입구. 해당 치과 원장 강모씨는 교정치료 환자들을 상대로 선금을 받은 뒤 일방적으로 치료를 중단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압구정에 위치한 한 교정전문 치과에서 선금을 받은 뒤 일방적으로 치료를 중단해 피해를 입은 1000여명이 환불문제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1일 압구정 유명 치과 원장 강모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환불과 보상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 환자 늘면서 진료 중단까지

강씨는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압구정에서 교정전문 치과를 운영하며 환자들로부터 약 25억원을 선수금으로 받고도 치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교정 전문 치과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 일방적으로 진료를 중단한 것이다.

진료가 중단된 건 교정 부작용 환자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치료를 받은 뒤 국수를 이로 씹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는 환자가 수백명에 달했고, 이로 인해 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늘었지만 병원에선 치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이 병원에서 교정을 받기로 한 환자들은 지난 5월 1인당 수백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도 진료를 일방 중단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두달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끝에 해당 원장이 환자들에게 총 25억원에 달하는 선수금을 받고도 치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중단했다고 판단했다.

진료 못 받는데 할부금은 매월 지불

문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아교정 비용을 카드할부로 결제한 피해자가 많은데 제대로 환불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치료는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월 할부금을 내고 있다. 피해자들이 결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해도 카드사에서 이를 무작정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치아교정은 치료 특성상 치료비만 수백만원에 달하고 치료기간은 수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부담을 줄이고자 카드할부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병원과 몇몇 카드업체가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한 탓에 카드로 결제한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병원비를 결제한 카드사에 할부 항변권을 청구했다.  할부 항변권이란 카드 할부를 결제한 가맹점이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남은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카드사에 항변권을 청구하면 카드사는 7일 내에 답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카드사는 더 이상의 할부금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카드사는 ‘병원의 말바꾸기’와 소비자 피해정도가 제각각이라며 할부를 당장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의 병원 폐업 여부 결정 주목

카드사가 고민하는 이유는 병원이 표면적으로는 정상영업을 하고 있어서다. 카드사에서 항변권을 수용하려면 가맹점인 병원이 폐업상태여야 하는데 병원 측은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강 원장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아직 사기로 최종 판결난 것도 아니고 병원이 아예 문을 닫은 건 아니라서 카드사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건 초반에는 카드사에서도 카드 할부 결제일을 월말로 미뤄주기도 했다.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우선 그달 카드 할부를 나중에 결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안정은커녕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됐다.

다만 카드사는 항변권 관련 접수는 모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에 최대한 빨리 항변권을 접수할 것을 권했다.

향후 항변권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항변권 접수 날짜부터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보건복지부에 이 치과를 폐업에 준하는 상태로 봐도 되는지 문의한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등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폐업으로 결론나면 그동안 치료받지 않았는데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 추후 빠져나갈 할부금 등을 파악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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