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를 확보하면서 사법농단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뿐만 아니라 직무유기, 업무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등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혐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박병대 전 행정처장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검찰은 지난 21일 임 전 차장 주거지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USB에는 법원이 제출을 거부한 자료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이뤄진 정황이 담긴 문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 전 차장이 2012년 8월 기조실장 자리에 오른 뒤 작성하거나 보고 받은 문건도 포함됐다. 이 시기는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 법원 설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와 겹친다.

압수물 이외에도 특별조사단 자체 문건 410건과 일부 복구된 하드디스크도 확보한 만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검찰은 최유정 전 판사의 로비 의혹 사건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행정처가 받아 본 정황을 확인,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모 전 판사와 관련해 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행정처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에 관여했다는 의혹, 상고법원 찬성 칼럼 대필 사건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자 손해배상 청구권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부정적인 의견만을 받아들여 판결을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 측은 “의도적으로 재판을 미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판 개입 혹은 거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USB 확보 이후 수사가 탄력을 받고는 있지만 검찰이 임 전 차장을 비롯해 관련 인사를 급하게 소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과 전·현직 판사들 통신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된 만큼 검찰도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조사 과정에서 윗선 등 개입 정황을 추가로 확인하는 대로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부터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충분히 들여다보고 영장 재청구 여부나 소환 시기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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