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식을 마치고 중앙홀을 나서고 있다. 뒷쪽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보인다.(사진=뉴시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식을 마치고 중앙홀을 나서고 있다. 뒷쪽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보인다.(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할 당시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거래뿐 아니라 치밀한 전략을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한 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마치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주도했을 뿐 자신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근거를 일찌감치 마련한 것이다.

이 같은 의도는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5일 작성한 ‘BH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동력 확보방안’이라는 문건에 잘 드러난다.

이 문건에서 행정처는 ‘집권 1년차 인사 난맥상, 집권 2년차 세월호 사고, 비선 실세 논란 등’이라고 현황을 분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 임기 말 권위가 하락하는 ‘레임덕’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상고법원 설치를 업적으로 포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 전략’도 구체적으로 구상

문건에는 ‘BH가 주도해 정권의 성과·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사법제도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상고법원안을 포함시켜 함께 추진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4대 부문 구조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에 상고법원을 설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추진 전략’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심급제도의 개선 방안 중 상고법원안 외에도 (가칭)상고원 설치, 상고법관에 대한 VIP 임명권 강화 방안 등 대안 수용 가능하다고 설득한다’며 ‘BH가 부담 없이 법무부를 통해 수정안을 내놓도록 유도→사법부가 이를 불가피하게 수용하는 형식으로 입법 성사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적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고 있을 때 사법 관련 이슈를 제공하고, 이를 청와대가 전면에서 추진하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

행정처의 이런 의중은 문건의 ‘추가 검토 사항’에서도 드러난다. 행정처는 방안 추진과 함께 검토해야 될 문제 중 하나로 '법원의 경제 사안에 관한 지나친 개입·편향성 지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행정처는 ▲법원이 경제 문제에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한다는 입장을 주게 되면 향후 경제 관련사건 처리 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남게 될 수 있음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재판에 대한 공정성·독립성도 논쟁에 오르내릴 수 있을 것 ▲특히 진보 성향의 언론기관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해질 것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공식적·외형적으로는 BH 주도로 포장·강조하고 법원은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함’이라고 적어 치밀하게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처는 약 3개월 후 작성된 문건 ‘(150720)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전략’에서 ‘최종 목표’를 기존의 ‘상고법원 법률안에 대한 BH의 찬성 또는 적어도 중립 입장 견인’에서 ‘상고법원 입법 성사를 위한 막강한 우군 확보 또는 긍정적 분수령 마련’이라고 상향 수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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