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 행정처 문건 가운데 앞서 공개하지 않았던 196개(중복 32건 제외) 문건을 법원 내부와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고영한 대법관이 대법원을 나서자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 행정처 문건 가운데 앞서 공개하지 않았던 196개(중복 32건 제외) 문건을 법원 내부와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고영한 대법관이 대법원을 나서자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검토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대가를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을 ‘양승태 행정처’가 사전에 유·불리를 검토했을 뿐 아니라 실행에 옮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 등 당시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온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사건의 경우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고용노동부 편에서 법리를 검토했다고 보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인용 판결과 관련해 양승태 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소송서류를 정식 접수 전에 받아 본 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41007)재항고 이유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인했다.

해당 문건 작성 시점으로 추정되는 2014년 10월 7일은 고용노동부가 서류를 정식으로 접수한 시점보다 하루 앞선다.

이를 두고 검찰은 행정처가 고용노동부 편에서 법리를 검토해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해당 문건이 통상 법원에 접수되는 파일 형식인 ‘pdf’가 아닌 ‘hwp’ 파일이고, 이후 정식 접수된 서류와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이 근거다. 또 통상적인 재항고 이유서와 달리 판결문 수준으로 문건이 작성된 것도 특이점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2015년 6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되돌리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문건과 재판 결과를 볼 때 행정처와 청와대가 이 사건을 거래한 것으로 판단, 실제 접촉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청와대의 테러방지법 입법 전략 세운 정황도 포착

재판을 미루고 해외 공관 파견 등 협조를 받아내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강제징용 사건은 실제 실행 단계까지 근접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차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소송 진행 상황을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과 논의한 문건을 확보했다. 아울러 논의 내용이 주 전 수석 손을 떠나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에게 전달된 서신 역시 확인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행정처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의 테러방지법 입법 전략을 세운 정황도 포착했다.

지난 2015년 3월에 작성된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방지법안’이란 문건에는 “테러방지와 관련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입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불심검문과 통신감청이 가능하다”고 적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행정처와 청와대 사이 재판 거래가 실제로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시 정부 등 관계자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을 받고 사법행정과 무관한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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