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기율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기율 기자)

[뉴시안=김기율 기자]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배상비율 산정 과정에서 은행본점 차원의 잘못을 처음으로 반영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는 상품출시부터 직원교육까지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DLF 투자손실 배상비율에 은행본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 25%를 반영했다. 이는 최대 80%라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배상비율이 결정된 배경이다.

우리은행은 DLF 상품출시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상품선정위원회 참석위원을 상품 담당자와 친분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의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표 작성을 거부한 경우에 찬성으로 임의기재하기까지 했다.

‘손실확률 0%’라는 운용사의 백테스트(Back Test) 결과에 대한 자체점검은 없었다. 내부에서 ‘원금을 100% 손실할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직원 교육자료에 ‘손실확률 0%’라는 백테스트 결과를 강조했다. 교육자료에 DLF 위험등급(1등급) 등 위험성에 관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본점 차원에서 DLF를 ‘선취수수료 2·3모작 상품’으로 강조하며 판매를 독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만기가 짧아(4·5·6개월) 선취수수료를 연간 2~3번씩 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매년 자산관리 수수료수익 목표치를 올렸던 것과 맞물리면서 영업점에 실적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하나은행은 상품위원회 승인 없이 상품을 출시하고 운용사 백테스트에 대한 리스크 점검을 하지 않았다. 상품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출시 당시 작성된 교육자료는 없었다. 투자권유 설명자료에 대한 일관된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고, 초고위험 상품인 DLF 목표고객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DLF 사태 발생 이후 프라이빗뱅커(PB)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성된 법률상담용 자료에는 “금감원 조사역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1차적으로 ‘그런 적 없다’, ‘기억 없다’는 취지의 부인 답변이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실시한 자체조사에서 불완전판매를 확인하고도 이를 부인하는 사실조사 답변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분조위는 이번에 부의된 대표사례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판단했다. 투자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한 게 아닌, DLF 가입 결정 후 은행 직원이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했기 때문이다. 또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하면서 ‘손실확률 0%’만 강조할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분조위는 기본배상비율 30%에 내부통제 부실책임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가산한 뒤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해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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