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KEB하나은행)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KEB하나은행)

[뉴시안=김기율 기자]지난 한 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하나가족 모두의 열정과 노력으로 그룹 창립이래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이 큰 폭으로 향상되면서, 그룹내 사업부문간 포트폴리오가 한층 탄탄해져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것입니다.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가는 도전도 계속되었습니다. 대만과 태국에 이어 베트남 에서도 GLN이 시작되었고, 1Q신용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 손님을 유치할 만큼 그 편의성과 신속성이 뛰어났습니다. 하나글로벌캠퍼스 오픈으로 미래를 위한 인재육성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디지털 전환을 대비하여 전 임직원 대상 코딩교육도 실시 하였습니다. 베트남 최대 국영상업은행인 BIDV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 하기 위한 새로운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다가올 새로운 10년은 과거의 10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 리셋(Reset)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공정한 무역을 말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갑니다. 비윤리적 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금융회사에겐 이러한 기업에 대출과 투자를 하지말라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이제는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손님, 직원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기술 또한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회사마저 우리의 경쟁상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이렌오더 하나면 전세계 스타벅스를 별도의 환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상의 일환으로, 2018년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유수의 대기업과 연합하여 백트(Bakkt)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파트너로 참가하게 됩니다. 이제 스타벅스는 더 이상 단순한 커피회사가 아니라 ‘규제 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이 업권의 경계를 현격하게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 속에서 과거 10년의 성공 방식이 다가오는 10년의 성장과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을까요? 

더이상 ‘손님의 기쁨’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룹의 사업모델과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는 사업모델입니다. 우리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와 손님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디지털금융혁신을 선도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하여 국가 혁신성장에도 기여해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신남방지역의 은행계좌가 없거나 대출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품을 수 있는 글로벌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프로세스입니다. 디지털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손님과 직원의 경험을 높여야 합니다. 업권의 경계를 넘고, 우리 안의 사일로를 넘어서는 사업부문제를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손님 경험과 상품도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RPA, 클라우드 등 기술을 통해 업무프로세스를 더욱 고도화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직원입니다. 모든 직원이 몰입하고 소통하는 유연한 인재, 금융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자산관리, IB, 디지털, 신탁 등 새로운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그룹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통합 HR체계를 구축해 글로벌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사내벤처 등 마음껏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도 다져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서로 소통하며 게임처럼 즐겁게 해야 합니다. 옛말에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게임 할 때 몰입하고, 친구와 소통하며 즐거워합니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과 동료, 모든 이해관계자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일에 흥미를 갖고 몰입하면서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하나가족 모두가 함께 만든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미션이 있습니다. 가치관과 기술이 급변하는 2020년대에는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님 중심에서 손님과 직원,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손님의 기쁨만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추구하고,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편협된 사고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합니다.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2020년 한 해도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같이 앞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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