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왼쪽부터)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뉴시안=김기율 기자]새해를 맞이한 금융권의 화두는 ‘신뢰’와 ‘혁신’으로 풀이된다. 국내 5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에서 올해 금융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 진단하고 인수합병(M&A)과 디지털 전환 등 혁신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또 지난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객 중심 경영’, ‘소비자 보호’등도 내세웠다. 올해 금융권에 무한경쟁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영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금융환경이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금리·저성장·저물가 등 3저(低) 현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존 위해 ‘혁신’ 내건 CEO들

우선 이들 CEO는 ‘혁신’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고객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디지털 혁신은 고객중심의 사고에서부터 시작한다”며 “경제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고객 니즈와 불편함을 해결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채널 다변화와 디지털마케팅을 확대해 고객 점점을 넓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분석으로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IT인프라를 활용한 연결성을 강화해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역시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의 기획부터 출시, 사후관리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야 한다”며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기회인 동시에 생존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류신한’을 기치로 내건 조용병 신한그룹 회장은 “일등은 남보다 빨리 가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일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나아간다”며 “혁신성장 생태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혁신성장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한의 혁신금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혁신을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디지털 금융혁신을 선도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혁신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며 “나아가서 신남방지역의 은행계좌가 없거나 대출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품을 수 있는 글로벌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은행 부문 늘려라…“M&A 속도 높일 것” 

CEO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강조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이익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체제 2년차를 맞아 전략적 M&A를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편입 등 소규모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빠르게 강화했다. 올해는 프루덴셜생명 인수를 놓고 KB금융과 경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은 동남아와 선진시장의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CIB, WM,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것”이라며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리브모바일’을 통해 서로 다른 업종과의 협업 성공사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이자이익에 치우쳐있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비이자이익사업과 비은행부문 계열사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캐피탈·저축은행은 자산이익률 중심의 사업전략을, 보험은 장기가치, 그리고 증권·자산운용·리츠운용·벤처투자는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평가체계를 개선해 실행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개방성’을 강조하고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확장·강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나지 않은 DLF 한파…고객 신뢰회복 급선무

지난해 금융권은 DLF사태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판매 과정에서 은행 본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마음속에 정도(正導)를 되새겨 봐야 한다”며 “고객을 진심으로 모시고 존중하여 신뢰를 다시 되찾는 것은 우리금융그룹의 지상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고객은 금융회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제1의 자산”이라며 “상품과 서비스에 고객의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조직 및 직원 평가에서도 항상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내세웠다. 그는 “가치관과 기술이 급변하는 2020년대에는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다”면서 “손님과 직원,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협된 사고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한다”며 “변화의 시기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일등은 상대적 순위에 불과하지만 일류는 고객과 사회의 절대적 신뢰를 의미한다”며 “올 한 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일류의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제로, 고객중심 신 평가제도,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강화 등 언제 어디서나 고객 우선을 실천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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