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영 마린기프트 대표가 아이스팩 내용물로 사용되는 SAP와 그가 직접 개발한 천연 바이오 흡수체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천연 바이오 흡수체는 비료로도 재사용이 가능해 환경 친화적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허윤영 마린기프트 대표가 아이스팩 내용물로 사용되는 SAP와 그가 직접 개발한 천연 바이오 흡수체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천연 바이오 흡수체는 비료로도 사용 가능해 환경 친화적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코로나19로 신선식품 배송이 늘어나면서,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스팩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이스팩 주성분인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ent Polymer, SAP)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 차원의 아이스팩 대체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이스팩의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해조류를 사용한 천연 바이오 흡수체를 만든 기업이 있다. 

◆화학 성분 없이 해조류로 문제 해결

마린기프트 허윤영 대표(56)는 삼성생명·삼성화재 등에서 9년간 근무하다, 2000년대 초반 무역회사를 세워 중동 지역에 ICT 기술을 수출해왔다. 그러던 중 2015년, 우연히 충남대학교 연구진이 해조류 섬유을 이용한 소재 가공 기술을 개발한 것을 알게돼 해당 기술을 이전받아 같은 해 11월 마린기프트를 창업했다. 이후 그는 해조류의 일정하고 촘촘한 섬유조직 구조를 이용해 친환경 천연 바이오 흡수체(Bio-SA)를 개발했다. 

"해파리·불가사리·해조류 등을 자신들을 지키려고 육상식물보다 20~50배 이상의 치밀한 조직구조로 되어 있어요. 저는 해조류만의 독특한 조직구조에 주목했죠. 그래서 해조류를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 섬유화해, 수분을 촘촘한 그물망 구조에 담을 수 있는 독특한 특허 기술을 만들었어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SAP를 대체하기 위해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육상식물을 활용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육상식물은 온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고, 섬유 조직구조가 일정하지 않은 한계 탓에 많은 생산이 어렵다. 반면 해조류는 바다 속에서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방대한 양의 생산이 이뤄지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게 허 대표 설명이다. 

동시에 허 대표가 만든 바이오 흡수체는 해조류를 활용한 천연 성분으로, 인체 유해성이 없을 뿐 아니라 생분화돼 친환경적이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아이스팩은 SAP 성분이 담겨져 있어 땅속에서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이 소요된다. 자연 분해는 물론 소각과 매립마저 어려워, 최대한 아이스팩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이 대안책이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사후 처리가 어려워요. 흔히 아이스팩을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지만, 이는 곧 하수로 흘러 내려가 환경오염을 야기시키죠. 많은 기업들은 아이스팩을 수거해 재활용을 하겠다고도 하지만 아이스팩을 수거할 인원을 별도로 구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바이오 흡수체를 사용한 아이스팩은 사용 후 화단에 물과 함께 버리면 생분해가 돼요. 비료로 사용 가능한 거죠."

◆친환경 기저귀·생리대 등 출시 예정

그는 바이오 흡수체를 개발한 후, SAP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저귀와 생리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명 '마법의 가루'라고 불리는 SAP가 아이들에게 피부 발진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생리대 파동 역시, 문제가 됐던 성분이 바로 SAP였다. 미세한 입자이지만 피부에 닿을 경우 피부 발진은 물론 염증, 두드러기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

"어린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입는 것이 기저귀예요. 그런데 말도 못 하는 아이들이 화학성분이 가득 담긴 기저귀를 착용하면서 얼마나 힘들까요. 많은 아이와 어머니들이 더이상 기저귀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바이오 흡수체로 만든 신생아 기저귀를 직접 만들어 연말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얇은 두께임에도 안정적으로 신생아의 대소변을 흡수할 수 있어 건강은 물론 편리함까지 전할 거에요."

허 대표는 올해 말 기저귀를 출시하고, 곧 이어 생리대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생리대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체 보유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 '기술 보호' 차원에서 해외에서 생산한 후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마린기프트는 현재 해조류 성분을 이용한 친환경 마스크팩과 비누를 시판 중이다. 해조류 추출물이 가진 향균력과 쿨링·피부진정 등의 기능을 활용한 제품이다. 

마스크팩과 비누를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얼굴에 팩을 붙이자마자 피부 진정이 너무 잘 된다", "팩을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너무 촉촉해서 놀랐다" 등의 호평을 남기고 있다. 특히 쿨링 효과 제품으로 소문이 나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억 2000만원 정도.

허 대표는 상품 출시를 통해 큰 수익을 얻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니다. 다양한 친환경 상품들을 연구·개발해 지구촌의 행복 만들기에 기여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올해에 기저귀 등 친환경 상품들을 출시해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나갈 겁니다. 저희 제품을 구매하면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지킨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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