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S, 공영방송 역할부터 제대로 하고…”
[기자수첩] “KBS, 공영방송 역할부터 제대로 하고…”
  • 조현선 기자
  • 승인 2021.07.0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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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KBS의 TV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약 5개월 간 이어진 여론 반발에도 불구, '국민의 방송 KBS'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정은 국회가 한다.

KBS이사회는 지난 달 30일 'TV방송 수신료 조정 수정안'을 이사진 11명 중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조정안은 KBS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52% 올리는 것이 골자다. 기존 2500원보다 1300원 많고, KBS가 지난 1월 이사회에 제출한 3840원보다는 40원 적다.

KBS가 올해 초 이사회에 월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41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이제 좀 올리겠다'는데도 국민 반응은 한결같이 싸늘하다. 당사자인 KBS가 의뢰해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데도 지난 5월 코리아리서치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9.9%만이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 앞서 2월에도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인상에 반대했다. 10명중 8명꼴이다. 표현은 달라도 역설하는 바는 모두 같다. "KBS가 그간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는가".  

이에 KBS는 지난 5월 말 국민참여단 209명을 뽑아 숙의·토론한 뒤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는 보도자료를 내 놨다. 표본 수가 적은 데다 유리한 정보만을 뽑아 놓고 공부한 뒤 벌인 '공론 조사'다.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치였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KBS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아니냐"며 비웃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양승동 KBS 사장은 이같은 결과를 예견했던 적이 있다. 양 사장은 지난 3월 "인터넷과 SNS상 반응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조사 결과를 미리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한 혜안이다. 

방송법 제64조에 따르면 TV 수상기가 있는 가정은 모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낸다. 현재 한국전력공사는 KBS의 수신료를 전기세에 합산해 위탁 징수하고 있다. 

이같은 징수 방식의 특성상 1인 가구 등 세대 분화가 가속화와 맞물려 수신료 수입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KBS가 거둬들인 수신료 수입은 6790억2400만원이었다. 지난 2011년 5778억에 비해 약 1000억원 늘어났다. 매년 100억원씩 는 셈이다. 수신료 동결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말이 터무니 없다.

인상안이 통과되면 가구당 수신료 부담이 연간 1만5600원 증가한다. KBS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신료를 챙기게 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때'에 KBS 직원들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건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당시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KBS 정규직 직원의 평균 임금은 9700만원이다. EBS 8700만원, TV조선 5014만원, YTN 5575만원, 연합뉴스TV 4102만원보다 높다. 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KBS의 전체직원 4400여명 중 1억원 이상의 연봉자가 60%에 달하고, 이들 중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라고 지적했다. '인상하지 않더라도' KBS 직원들은 현재 '잘먹고 잘살고 있다'.  

이제 칼자루는 국회로 넘어갔다.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국회 과방위 심의를 통과한 후 본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데다 대선 정국까지 겹쳐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S는 지난 2007년부터 3차례에 걸쳐 수신료 조정안을 제출했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 사장은 인상안 의결된 뒤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을)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을 반복했다. 양 사장은 또 투명한 경영, 인건비 절감, 콘텐츠 수입 확대, 유휴자산 매각은 물론 '국민의 방송 KBS'도 잊지 않고 강조했다. 오래된 '레코드판'에서 또다시 흘러나오는 지겨운 레퍼토리에 귀를 기울일 국민이 있을까. 

KBS는 국민의 삶이 어려운 이 때 수신료 인상 보다는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진짜 공영방송'이 되는 길부터 제대로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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