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조현선 기자]기존 세대 전기요금에 함께 징수되던 KBS의 TV 수신료를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당과 KBS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수수료를 청구해 온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입장에서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 현재 전기요금에 합산되는 KBS 수신료를 떼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모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내야 한다. 이에 한전은 지난 1994년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받고 KBS를 대신해 월 2500원 상당의 수신료를 전기세에 합산해 위탁 징수해 왔다.  

위탁 징수는 모든 가구에 수신료를 일괄적으로 선청구하고, 각 세대가 TV 미소지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말소하는 식으로 진행해 왔다. IPTV 가입, 스마트TV를 통한 OTT 서비스만을 이용할 때에도 무형의 전파를 수신하고 있다고 보고 수신료를 부과한다. 모든 가구를 방문해 TV 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지자 월 2500원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TV 보유 세대가 줄어든 데다,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던 KBS에 대한 반발은 곧 '일괄 징수'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대중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신료가 제2의 세금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 때 KBS가 적자 해소를 목적으로 40여년 만의 수신료 인상을 밀어부치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해달라'는 글이 21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수신료 분리를 추진하는 현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공개 토론을 벌인 결과 국민 5만8000여명 중 약 97%가 분리 징수에 찬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1가구당 수신료 2500원 중 EBS 배분금(3%)과 한전에 납부하는 위탁수수료(약 6.15%)를 제외하면 약 2300원을 KBS가 가져간다. 한전이 가져가는 위탁수수료는 소액에 불과한데도 모든 민원이 한전으로 향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수신료 관련 민원은 총 4만8114건, 일 평균 약 131건 수준이 접수됐다. KBS 수신료 징수 분리로 한전의 민원 해결 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이다.

단, '44조원'의 적자를 가진 한전에게는 소액의 위탁수수료도 아쉬울 수 있다. 현재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약 7000억원으로, 한전이 매해 거둬들이는 약 400억원의 수신료 수입이 없어지는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도 전기세 인상을 강행하며 적자 해소 및 경영정상화에 힘쓰는 상황인 만큼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앞서 한전은 임직원 성과급까지 반납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분리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전기 요금이 인하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지서에 부과된 금액이 2500원가량 인하되는 만큼 체감상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전은 연이어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데다, 이달 말 3분기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편 KBS는 지난 5일 입장을 내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그동안 KBS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관련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는 정부가 진행한 국민제안에 해 "동일인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당 차원 투표 독려가 이뤄지는 등 여론 수렴 절차의 공정성도 훼손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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