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제너시스BBQ가 월드컵 개막을 맞아 신제품 '몬스터치킨'을 출시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4년 제너시스BBQ가 월드컵 개막을 맞아 신제품 '몬스터치킨'을 출시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어제 죽다 살아났습니다. 저녁 8시부터 앱 주문을 끄고 손님들을 길에 줄 세워 주문을 받았는데 수요를 맞출 수가 없었어요. 몇 년을 장사해도 악플 하나 없었는데 '치킨이 눅눅하다', '치킨이 늦게 나왔다' 등의 악플이 달릴까봐 걱정입니다."

지난 24일 밤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예선 경기가 진행되던 날,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때아닌 전쟁통의 한복판에 있었다. 

'축구는 치맥(치킨+맥주)'이라는 공식에 따라 치킨 주문이 급증하면서 조리와 배달이 지연되는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A씨는 밤새 닭을 튀겼지만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거나 매서운 비난의 대상이 돼야 했다. 

실제로 이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밤 '치킨 대란'을 겪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한탄이 쏟아져 올라왔다. 치킨집 가맹점주들은 "어제 유독 심하긴 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월드컵 기간만 아니면 쉬고 싶다" 등의 글을 올렸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별점 테러'를 두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일부 치킨 가맹점주는 "그나마 일찍 배달앱 일시중지 해놓고 두시간 만에 쌓인 주문 다 처리했다"며 "1점 리뷰 안 달린 게 아직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 가맹점주는 "인근에 오픈한지 일주일 된 치킨집이 있는데 어제 리뷰로 평점 2점 됐다"며 "월드컵 끝나고 나면 얼마나 더 떨어져 있을지. 만회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동네 메이저 치킨집 검색해 봤더니 리뷰 47개 중 45개가 별점 1점이다"며 "이거 치킨값 물어주는 비용이 더 나오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치킨 가맹점주들의 '울상'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교촌치킨은 25일 "전날 가맹점 매출이 전주(17일) 대비 1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너시스 BBQ 역시 "24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고 홍보 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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