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애플페이로 일본 스이카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애플)
아이폰의 애플페이로 일본 스이카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애플)

[뉴시안= 조현선 기자]애플의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의 대항마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 도입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이미 보편화된 삼성페이를 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망의 배경으로는 삼성페이가 이미 독보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바꾸고 현대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앞서 애플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예상보다 낮은 사용률을 기록했다. 현지 시장 특성상 기존 알리페이와 위챗, 현금과 라인페이를 뛰어넘지 못한 탓이다. 중국의 경우 애플페이가 도입 당시였던 2016년 11%의 점유율이 이어졌고, 같은 기간 일본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55%에서 이듬해 50%로 되려 낮아졌다. 

한국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NFC 단말기 보급 문제와 애플페이 수수료, 해외 결제 승인·처리 문제 등을 주요 과제로 들었다.

먼저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나,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280만개 가운데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6~7만대의 5%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페이는 NFC 뿐만 아니라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도 함께 지원해 국내 대부분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페이가 시장에 자리잡게 될 수 있던 것도 MST 방식 덕분이다.

이에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를 위해 일반 자영업자들이 20만원대의 NFC 단말기를 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미흡한 결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카드사가 NFC 단말기를 보급하려 해도 여신 전문 금융업법이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페이 도입 이전에 NFC 단말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가맹점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한 상태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보급화를 위해 NFC 단말기를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됐으나, 이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베이트 제공 금지 조항의 위반 소지가 있다.

또 현대카드의 독점 계약도 발목을 잡는다. 1년간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현대카드를 발급받는 고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뿐만 아니라 삼성페이와 카카오, 네이버 등 경쟁사의 서비스는 수수료가 없는 점도 약점이다. 현재 애플페이는 제휴 은행이나 카드사에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부과하고 있으며, 수수료율은 국가에 따라 0.1~0.15%다. 카드사가 0.15%만 부과해도 고객 혜택 축소나 높은 연회비 방식으로 고객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수료 자체에 대한 일부 자영업자 및 이용자의 반감도 예상된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도입 초반 시장의 관심은 예상되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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