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운동화 제품의 사이즈 별 가격과 후기 화면 캡쳐 [사진=김다혜기자]
리셀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운동화 제품의 사이즈 별 가격과 후기 화면 캡쳐 [사진=김다혜기자]

[뉴시안= 김다혜 기자]MZ세대가 한 차례 폭풍우를 일으키고 간 사이, 잘파(Zα)세대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잘파세대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와 알파(α)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다. 디지털 환경에 자유롭고, 자녀수 1~2명의 핵가족하에서 자라면서 자랐다는 특징을 가진다.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풍조 아래서 자란 이들은 구매력이 연령대에 비례한다는 상식을 깨고 있다. ‘에잇 포켓’, ‘텐 포켓’ 등 양가 부모와 조부모 등 친척 모두가 한 아이에게 지갑을 여는 세대 특성상 가처분 소득 규모에 관련 없이 높은 구매력을 가진 덕분이다. 

실제로 이들 세대는 운동화 한 켤레를 구매하기 위해 기백만원도 기꺼이 지출한다. 기성세대가 본인이 책임져야 할 가정 내 사정 등을 이유로 선뜻 구매하기를 망설이는 제품이 이들에겐 '보급품'으로 유행이 된다. 가격보다 내가 얻을 만족감이 구매의 기준이 되는 덕분이다.

“높은 가격 안에서 가성비를 찾아요”

최승민(가명·21)씨는 학생 시절부터 모든 옷을 특정 브랜드에서만 구매해 왔다. 해당 브랜드는 백화점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학생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을 이유로 3040세대 남성이 주요 소비층으로 꼽혀온 곳이다. 최 씨는 “가격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브랜드와의 비교를 통해서 가치를 알게 되었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30~50 사이의 가격은 이제 망설이지 않아요”라고 밝혔다. 가격대가 결코 낮은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가성비'를 찾았으니 기꺼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도 거리낌없이 구매한다. 과거 명품이 '어른의 전유물'로 꼽혀왔던 것과는 다른 사뭇 다른 분위기다. 명품마저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박채연(가명·23) 씨도 몇 번의 망설임 끝에 100만원대의 명품 지갑을 손에 넣었다. 그는 “고가의 제품들이지만 내가 이걸 꼭 사야겠다고 느끼면 조금씩 절약해서 산다”며 “정해 놓은 가격 안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 만족감을 느끼기 위 한 구매를 하려고 노력한다”라며 구매 기준의 무게를 만족감에 둔다고 전했다.  

“로고 플레이? 놉(Nope)! ‘과시’ 대신 ‘만족’을 주는 로고리스를 사요”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이 가진 성능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데 자주 쓰이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는 가격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잘파세대에게 가  비란 낮은 가격이 전제되지 않는다. 높은 가격에도 내가 잘 쓰면 그 자체로 가성비를 완성한다는 설명이다. 

최승민(가명·21)씨는 로고플레이(브랜드 로고가 확실히 구별되는 제품)가 없는 제품만을 구매한다. 그는 “평소 로고리스(제품에 새기는 로고를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한 명품)브랜드를 애용한다”며 “비싼 옷이라고 과시할 목적이 아니라 좋은 재질과 예쁜 옷을 구매할 때 느끼는 만족감을 위할 때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이면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의 목적이 과시가 아닌 만족에 있다는 것이다.

이전세대에게도 고가의 제품은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태초에 '등골 브레이커 패딩'으로 불리며 그 시대를 상징했던 노스페이스 패딩은 당시 최고 80만원대를 호가햇지만 '제2의 교복'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착용했다. 

잘파세대는 기성세대와 본인들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는 건 맞지만, 확연한 로고 플레이로 계급을 나눠왔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만족감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남의 시선보다 내가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들 세대 대부분은 부모의 지원을 포함해 아르바이트, 장학금 등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이들이 본격적인 경제활동에 나선 이후 시장에 일어날 변화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이들 세대는 유행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중요시 여기기보다 디깅(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통해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특성을 가진다”며 “사회적인 비교나 과시를 위한 것 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표출하려는 욕구가 큰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잘 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대들의 명품 구매 관련 문의 화면 캡쳐 [사진=김다혜기자]
10대들의 명품 구매 관련 문의 화면 캡쳐 [사진=김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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