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다혜 기자]금융감독원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국내 금융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SVB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인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예금이 87.6%)하여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 △금리상승으로 예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 발생 △예금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 봉착한 것 등이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은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12일(현지 시각)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했다”며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전날 SVB 파산에 이어 미국 뉴욕주의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가 시그니처 은행을 폐쇄,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한 상황에 대해서는 “유사한 영업구조를 가진 미국 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들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양호한 자본 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해 국내 금융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사의 경우,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SVB와 같이 낮은 금리와 유동성이 확보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이루어진 채권 매도가 아닌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상승이 채권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역별 리스크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예대 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이 총자산 중 18%로 낮고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등 유동성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의 56.7%가 유가증권일 정도로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한 SVB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인터넷 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이 예금자 보호 대상으로 이루어져 단기간 내 자금이탈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했다. 거액의 기업예금을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온 SVB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예금이 87.6%에 달했던 것과 대조된다. 또 국내 은행의 외화 LCR은 지난 10일 기준 143.7%로 집계돼 SVB 사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에도 충분한 대응이 가능 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서민금융회사의 경우, 여신 위주의 자금을 운요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저축은행 177.1% △카드 385.4% △캐피탈 202.3%로 자금조달 여건이 호전돼 유동성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보험회사는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지만 자산 부채 만기 구조 매칭관리와 IFRS 17(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제보험회계기준)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경우에도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사별 비상 자금조달계획 점검에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부동산 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점검해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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