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구입한 주식 거래 화면 캡처본 [사진=김다혜기자]
처음으로 구입한 주식 거래 화면 캡처본 [사진=김다혜기자]

[뉴시안= 김다혜 기자]나는 세달 전 사회에 막 발을 들인 새내기다. 입사와 함께 호기롭게 시작한 첫 자취생활, 코딱지만 한 자취방의 첫 달 관리비는 20만원 넘짓. 가스·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다곤 하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이야. 첫 독립를 자축하기 위한 파티 몇 번과 교통비, 관리비, 신문구독료가 빠져나니 남은 돈을 다 '뜯겨' 버린 셈이 됐다.

돈은 꼭 나갈 때 나가고 들어올 때 들어온다. “주식해? 코인은? 직접 해 봐야 빨라. 기사도 써 봐”라는 데스크의 주문. 탈탈 털려버린 지갑 사정상 여윳돈이 1도 없어 덜컥 대출을 받았다. 첫 주식부터 '빚투’로 시작한 셈이다. '주린이'를 넘어 '주생아'인 덕분에 가능한 용기였다.

빚투로 시작한 첫 주식인 만큼 이 기사를 성지순례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무작정 대출부터 받긴 했지만 당장 주식을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거래하는지도 몰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MZ세대인 만큼 유튜브에 ‘주식 시작하는 방법’을 검색했다. 수도 없이 많은 동영상이 떴다. 주식하는 법, 왕초보 주식계좌개설방법. 주식강의 기초부터 '국민주식' 삼성전자 주식 구매 방법까지. 게시된 영상을 무작정 따라했다. 증권 거래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주식계좌 개설을 위한 인증 등 다소 복잡한 가입 절차를 마쳤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 표를 보니 왜인지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마음만은 이미 '주생아, 첫 주식에 인생역전' 헤드라인의 주인공이었다.

 

주식투자 공부를 위해 직접 구매한 서적 사진 [사진=김다혜기자]
주식투자 공부를 위해 직접 구매한 서적 사진 [사진=김다혜기자]

그러나 현실은 주식거래를 위해 계좌로 돈을 옮기는 것조차 난관이었다. 주식거래 앱 사용법을 안내한 블로그를 뒤졌다. PC버전, 해당 증권사가 운영하는 주식거래 앱이 두 개였다. 내가 이용하는 앱의 안내를 찾아 주식거래 계좌로 옮길 수 있었다.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가 빨렸다. 모 아나운서의 “나는 주입식 교육의 최대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떠올랐다. 정규교과과정의 경제교육 부재가 낳은 결과가 바로 나라는 결론까지 이르렀다. 

고등학교 시절, 경제 과목은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만 듣는 선택 과목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2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 선택과목 중 경제 과목 응시자들은 전체 수험생 중 1.39%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교육부가 2025년부터 경제 과목을 일반선택과목에서 제외하고 진로 선택 과목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제교육의 기회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으로 발표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우리 세대에게 가진 돈을 어떻게 굴려서 키워나갈지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은 더 절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도 받았으니 넋두리에 그칠 순 없었다. 부족한 배움은 스스로 채우기로 했다. 주생아에게 주식 투자 전략에 관한 책들은 다소 전투적이었다. 기초적인 이해가 선행되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골랐다. 주식 관련 책을 모아놓은 코너에 내 또래로 보이는 이들로 북적였다. 같은 코너에 머무르던 사람들은 앞다퉈 챗-GPT 주식에 관한 서적을 뒤적였다. 경제활동이 곧 나의 삶 자체가 되는 시기가 되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 첫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괜히 국민주식이 아닐 테니까. 이미 수년 전 주식 시장에 뛰어든 친구들에게 조언을 얻었다. 한 친구는 "주식은 실전이니 직접 투자하면서 맷집이나 키워"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언중유골이다. 그는 삼성전자 8층 세입자다. 

'5만 전자'가 된 실시간 삼성전자 주식 캡쳐본 [사진=김다혜 기자]
'5만 전자'가 된 실시간 삼성전자 주식 캡쳐본 [사진=김다혜 기자]

주식은 사고 묻어두는 게 답이라던데, 직업상 경제섹션 기사를 볼 수 밖에 없는 만큼 하루에도 여러 번 탄식이 새어나왔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5만전자'가 됐다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첫 주식인 만큼 딱 1주만 거래했음에도 한숨의 골이 깊었다. 

쌓여가는 반도체 재고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깊은 적자의 골짜기’를 건너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맷집을 키우기도 전에 일희일비하느라 내 명이 다할 것 같다. 왜인지 용두사미 새드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아 슬픈 오후다. 

아, 코인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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