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헌옷수거 플랫폼 '리클'의 양수빈 대표. 양 대표가 국내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를 통해 송출되는 리클 홍보 영상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모바일 헌옷수거 플랫폼 '리클'의 양수빈 대표. 양 대표가 국내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를 통해 송출되는 리클 홍보 영상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대대적인 집 정리에 나서려던 찰나, 어느새 산처럼 쌓인 옷 방의 실체를 마주하고 고개를 숙인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나도 모르게 사 놓은 옷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안 입는 옷을 헌옷 수거함에 버리자니 아깝고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팔자니 사진 찍어 올리고 거래하는 것 조차 귀찮다. 

이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헌옷 수거부터 중고의류 판매·매입금 지급 등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해주는 '리클'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MZ세대는 물론 주부들까지 매료됐다는 헌옷수거 플랫폼 '리클'의 양수빈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누가 내 옷 좀 버려줬으면"

양수빈 대표가 리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다. 오랜만에 옷 방을 정리하던 양 대표는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을 처리하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 생각보다 버릴 옷이 많아 일반 헌옷 수거 업체를 알아봤지만 20kg 이상만 수거해 간다는 것.

양 대표는 자연스럽게 '문 앞에 두면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중고의류 리세일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에서는 헌옷 수거부터 판매까지 중고업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스레드업'이 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기업이 없었던 것이다. 

"해외에서는 중고의류 리세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더라고요. 국내에서도 헌옷을 수거해 가는 업체들이 있지만 수거부터 재판매까지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은 없었어요. 오랜시간 기업 내 PO(Product Owner)로 근무해 왔기에 '내가 빨리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 대표는 수년간 PO로 근무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과거 공유주방 브랜드 '공유주방 1번가'에서 개발사업부 총괄 PM, SNS 마케팅 플랫폼 '공팔리터' 서비스 PM 등을 거쳤다.

그녀는 2021년 3월 리클 사업을 구상한 후 바로 퇴사해 전 직장 동료와 리클 사업을 시작했다. 

리클만의 차별화 '플러스 매입'

사표까지 던지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중고의류 리세일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양 대표는 헌옷 수거 시스템의 장점과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헌옷 수거 프로세스를 취합해 '리클 만의' 사업을 구축했다. 

고객이 리클 앱을 통해 수거 일정을 신청한 후 키트에 옷을 담아 놓으면 수거해 간다. [사진=리클]
고객이 리클 앱을 통해 수거 일정을 신청한 후 키트에 옷을 담아 놓으면 수거해 간다. [사진=리클]

우선 리클은 모바일 앱을 개발해 고객이 앱을 통해 헌옷수거 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수거 일정에 맞춰 옷을 박스에 담아 문 앞에 두면 된다.

현재 서울·인천·부천 지역은 리클 방문기사가 직접 방문해 수거하고 있다. 이 외 경기도 지역은 리클이 보낸 수거 키트에 옷을 담아 문 앞에 두면 반송택배로 리클에 입고된다. 다만 20벌 이상만 가능하다. 

리클에 입고된 의류는 전문가 검수를 거쳐 1kg당 300원 시세를 적용해 고객에게 입금된다. 재판매 가능한 옷은 한 벌당 500원~2만원 범위에서 보상하는 '플러스 매입'으로 분류돼 별도 고객에게 추가금이 지급된다. 

리클은 타 업체와 달리 무게가 아닌 한 벌당 별도 매입금을 고객에게 지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타 업체 대비 최소 3배에서 20배 이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돌려드리고자 플러스 매입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사업 초반에는 플러스 매입을 너무 대량으로 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재고도 쌓여가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죠. 수많은 과정을 통해 리클 만의 플러스 매입 가이드를 세워나갈 수 있었어요."

수거 의류 100% '재판매'…온·오프라인 스토어 운영

리클은 수거된 의류를 100% 재판매한다. 주로 △해외 수출 △내수 도소매 업체 판매 △자사 온·오프라인 스토어 '리클스토어' 등을 통해 의류를 재판매하고 있다. 

"현재 4개 무역업체를 통해 주 2-3회 해외로 의류를 수출하고 있어요. 해외로 나간 의류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의류나 커튼 등으로 재사용됩니다."

남양주에 위치한 리클 오프라인 매장 '리클스토어'. [사진=리클]
남양주에 위치한 리클 오프라인 매장 '리클스토어'. [사진=리클]

리클은 수거한 의류를 또다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리클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리클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해 있다. 실제로 양 대표는 인터뷰 당일, 자신이 입은 모든 옷이 리클을 통해 수거된 의류라고 자랑했다. 

"리클스토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중고인데 이렇게 퀄리티가 높을 수 있냐'라며 놀라세요. 재구매율도 50%가 넘을 정도로 만족도가 커요. 중고의류를 대중화 해 누구나 저렴하게 부담없이 일상생활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간편한 시스템에 현금화까지…주부들에게 호평

모바일 앱으로 수거 일정을 신청하고 돈까지 계좌로 입금해주는 시스템에 '편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큰 호평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살림 스트레스가 많은 주부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다. 고객 대다수가 '옷 방 정리가 수월해졌다', '돈도 바로 입금해준다', '편리하다' 등의 평가를 남겼다.

모바일 헌옷수거 플랫폼 '리클'의 양수빈 대표. 양 대표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리클을 통해 수거돼 직접 구입한 옷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모바일 헌옷수거 플랫폼 '리클'의 양수빈 대표. 양 대표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리클을 통해 수거돼 직접 구입한 옷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그 결과 리클은 창업 2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6월까지만 해도 수거신청 건수가 10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2542건으로 증가했다. 총 의류 수거 무게(kg)는 2021년 6월 1715kg에서 동기간 3만7384kg으로 껑충 뛰었다. 

양 대표는 리클의 사업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2024년 전국 광역시, 2025년 전국구로 직접수거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 중고의류 리테일 시장에 새역사를 쓰고 있는 리클의 목표는 무엇일까. 환경보호, 헌옷 수거 간편화 모두 아니었다. 

"저희는 국민들의 옷 버리는 습관을 리클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에요. 현재 국내에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들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의류 재활용 비율은 1%도 안 돼요. 배달의 민족이 국민들의 배달문화를 바꿨듯 이제는 헌옷을 당연히 리클을 통해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거에요."

리클,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아윌비빽' 우승 기업

한편 리클의 성장 뒤에는 국내 1위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있었다. 리클은 지난해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진행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아윌비빽'에서 우승을 거뒀다. 이후 전국의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에 설치된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엘리베이터 TV에 리클 광고 영상이 게재되면서 회원 수가 증가하는 등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