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자맹이 갤러리에 걸려있는 꽃그림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요즘 꽃그림에도 빠져 있는데 특히 검은색 바탕 위에 꽃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검은색 바탕은 꽃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비드 자맹이 갤러리에 걸려있는 꽃그림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요즘 꽃그림에도 빠져 있는데 특히 검은색 바탕 위에 꽃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검은색 바탕은 꽃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비드 자맹이 프랑스 위제스 작업실에서 지난 4월 서울 전시회 이후 자신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비드 자맹이 프랑스 위제스 작업실에서 지난 4월 서울 전시회 이후 자신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비드 자맹이 스튜디어 앞 응접실 공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다비드 자맹이 스튜디어 앞 응접실 공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 ] 지난 17일 주말 아침 프랑스 아비뇽 인근 숙소에서 위제스(Uzes)로 가는 길 양쪽에는 전형적인 프랑스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 좌우로 포도밭이 끝없이 도열해 있다. 성인 가슴 높이의 포도나무는 지중해의 따가운 햇살을 견뎌내며 콩알보다 작은 알맹이를 단단히 키우고 있다. 40분을 달려 도착한 위제스. 화가의 아틀리에와 작업실은 시내 중심가에 있다. 이전 홍보 비디오에서 본 것과 똑같다.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유럽에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데... 초인종을 누르니 화가의 부인이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반갑게 맞아준다.

위제스에 있는 다비드 자맹 갤러리 겸 스튜디어 외부 모습. 이곳에는 생활공간도 있어 가족들이 함께 살고있다. 자맹의 가족 최우선 원칙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자맹은 이곳에서 하루 평균 8-10시간 가량을 그림을 그리는데 쓴다고 한다. 
위제스에 있는 다비드 자맹 갤러리 겸 스튜디어 외부 모습. 이곳에는 생활공간도 있어 가족들이 함께 살고있다. 자맹의 가족 최우선 원칙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자맹은 이곳에서 하루 평균 8-10시간 가량을 그림을 그리는데 쓴다고 한다. 

지난 2월 중순 서울에서의 만남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다비드 자맹을 만났다. 프랑스 현대화가 자맹은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지난 24일부터 427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젊은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21년에 이어 서울에서의 두 번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자맹의 근황이 궁금했다. “어제밤 늦게 노르망디에서 왔어요. 교통체증 때문에 10시간 이상 걸린 거 같네요.”

자맹은 프랑스의 북부 도시 노르망디에서 열리는 전시회 준비와 개막 행사때문에 열흘간의 출장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노르망디의 갤러리 부아시봉 주최로 62일 개막해 73일까지 한달 가량 계속된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갤러리가 주최하지만, 이번 단독 전시회는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노르망디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노르망디는 파리와 가깝고, 파리 사람을 비롯한 세계적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도시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의 고향으로 이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4월말 서울에서의 전시회를 끝마치자마자 이번 노르망디 전시회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노르망디 전시회에는 40여 작품이 전시중이다. 서울 전시회에는 130점을 선보였다. 그만큼 서울 전시회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노르망디 전시회에선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갈매기를 비롯한 바다새 관련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바다새는 자맹이 한때 살았던 북부 도시 칼레에서 얻은 바다새들과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바다새를 지켜보면 뭔가 끊임없이 얘기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화를 내는 거 같기도 하고, 때로는 즐겁게 노래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나는 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나눈 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노르망디 또한 바닷가여서 이번 전시회에 바다새에 포인트를 줬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4월말에는 생나제르시()의 요청으로 프랑스 7월 혁명 당시 자유의 여신마리안느를 주제로 한 대형작품을 시청사에 내걸게 되었다. “역사적인 인물을 주제로 한 내 그림이 생나제르시 청사에 걸리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죠. 시청사는 많은 시민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내 그림을 널리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서울 전시회 이후 바쁘게 활동하는 자맹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 흐뭇했다. 서울 전시회 이전과 이후 자맹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한마디로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마치 새 생명 (new life)을 얻은 기분입니다. 서울 전시회 개막기자회견 참석차 서울을 찾은 이후 내 가슴은 한국의 팬들이 전해준 좋은 감정들로 충만해 있어요. 우리 가족 모두에겐 엄청난 축복입니다. 서울전시회 이후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고 할까요? 한국인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환영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다시 한번 한국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실제 부인을 비롯한 자맹 가족들은 한국에서 돌아온 후 바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어 앱으로 매일 조금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진도는 느리지만, 열심히 배워서 다음번 한국 방문 땐 한국어를 몇마디라도 하고 싶어요.”

다음번 한국 방문이라...? 그럼 서울에서 세 번째 전시회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걸까? “세 번째 전시회요? 하하..저야 하루라도 빨리 열고 싶죠. 그런데 전시회라는 게 준비하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립니다. 작품 수도 어느정도 채워야 하고요. 다음번에는 어떤 새로운 주제로 한국팬들을 맞을 것인가도 고민해야합니다. 한국내 에이전트인 비아캔버스측과 협의해봐야겠지만, 이른 시일 내 서울에서 팬들과 만나고 싶어요.”

자맹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한 한국팬들과의 소통이 아주 쉬웠다고 회상한다. “한국팬들은 내가 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는 의미죠. 물론 언어적 소통은 아직 어렵지만, 그림을 통한 소통은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국팬을 만나는 일은 축복 그 자체입니다.”

한국팬들에게 보여줄 다음 주제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는 자맹이 요즘 푹 빠져 있는 주제는 셰프. 물론 바다새와 꽃들과 함께.

셰프? 혹시 특정 모델이 있을까? “한때 내가 살았던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의 레스토랑 오너이자 주방장이 제 모델입니다. 저는 물론 저의 아버지와도 친분이 있는 분이죠. 랍스터 요리가 기가 막힙니다. 그분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페인팅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해요. 하얀색의 높은 모자를 쓴 주방장이 풍기는 위엄과 카리스마는 멋지죠. 하얀 쟁반위에 어떤 요리를 어떻게 담아낼 지 고민하는 모습도 흥미롭고요.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은 일맥상통합니다. 자연스런 교감이 이뤄지는데 그걸 한번 표현하고 싶어요

아마 다음번 서울 전시회에서는 한국팬들은 자맹이 연출한 셰프들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혹시 우리나라 유명 셰프 중 자맹의 화폭에 담겨질 분도 있을까? 지난번 전시회 때 한국의스타 시리즈로 자맹의 화폭에 담긴 김연아 김연경 손흥민 윤여정 박찬욱과 함께.

자맹의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찾은 이날도 바깥 온도는 30도 가까이 올라 무척 뜨거웠다. 그러나 바깥의 뜨거운 공기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차단됐다. 무척 시원해 에어컨을 가동하나 싶었는데 아니란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한 지중해성 기후인데다 돌로 지어진 집이어서 시원하다. “이게 15세기에 지어진 건물인데, 당시엔 냉난방 같은 기술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건물 설계와 소재를 잘 활용해 냉난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낸 거 같아요.”

자맹의 작업실 내 정리돼 있는 물감 튜브들.
자맹의 작업실 내 정리돼 있는 물감 튜브들.

인터뷰에 앞서 자맹에게 작업실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 잠시만요. 5분만 시간을 주세요. 정리 좀 할게요.” 갑작스런 요청이어서 그런 지 약간 당황한 그는 서둘러 2층 작업실로 올라갔다. 수 분 뒤 다시 나타난 그는 우리를 작업실로 안내했다.

자맹의 작업실에 있는 각종 물감과 붓, 나이프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자맹의 작업실에 있는 각종 물감과 붓, 나이프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자맹의 작업실에 있는 그림물감판. 
자맹의 작업실에 있는 그림물감판. 

2-3평 규모의 작업실은 각종 그림 물감과 붓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아마 조금 전 자맹이 발휘한 5분의 매직 덕분인 듯 하다. 스튜디오는 천장에 유리창이 나 있어 햇살이 그대로 스튜디오 안을 비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데 자연채광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기불빛 아래에서 보는 컬러와 햇빛아래에서 보는 색깔이 다르거든요.”

위제스에 있는 자맹의 작업실 모습. 자맹은 "이곳 작업실은 자연의 빛이 그대로 작업실로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그림을 그리는데 전기불빛보다는 자연채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제스에 있는 자맹의 작업실 모습. 자맹은 "이곳 작업실은 자연의 빛이 그대로 작업실로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그림을 그리는데 전기불빛보다는 자연채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맹은 스튜디오 한켠에 있는 책상을 가리키면서, “이 그림 책상은 아버지가 저의 25번째 생일에 선물로 주신 겁니다. 목공소에 의뢰해 특수 제작한 책상이죠. 아직도 잘 쓰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자맹의 부친이 자맹의 25번째 생일날 선물로 주신 그림을 그리는 책상이다. 이 책상은 부친이 목공소에 직접 주문제작해 만들었다고 한다. 화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자맹의 부친이 자맹의 25번째 생일날 선물로 주신 그림을 그리는 책상이다. 이 책상은 부친이 목공소에 직접 주문제작해 만들었다고 한다. 화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화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는 책상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행복, 사랑은 화가 이전에 아버지, 아들로서의 자맹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덕목이다. 자맹은 그걸 세상 사람들에게 좀 더 잘 전도하기위해 붓을 잡지 않았을까?

다음번 한국에 올 때도 지난번처럼 가족과 같이 올 것인가? “물론입니다. 가족은 가장 중요합니다. 제 작품은 가족들과 공유하고 함께 해온 일상의 결과물이라고 믿습니다. 다음번 한국을 방문할 때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요. 부산과 제주도 등 한국의 다른 도시들도 꼭 방문하고 싶거든요.”

자맹은 이미 세 번째 한국 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는 거 같다. 그가 세 번째 한국 전시회에서 보여줄 테마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위제스(프랑스)=김수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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