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셀카 20장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노우', '캐럿', '피카부 스튜디오' 작품. [사진=조현선 기자]
동일한 셀카 20장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노우', '캐럿', '피카부 스튜디오' 작품.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시험 응시를 위해, 혹은 신분증 갱신을 위해 '예쁜' 증명 사진을 찍던 시대는 갔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MZ세대로부터 불어온 바람 덕분에 연예인이나 찍는 줄 알았던 '프로필' 사진시대가 활짝 열린 겁니다. 

서너장의 프로필 사진을 위해 전문가에게 헤메(헤어·메이크업)를 의뢰하고, 사진 촬영 및 보정을 맡기기 위해 30만~40만원을 우습게 쓴답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로 통했습니다. 가장 예쁘고 멋진 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타인에게 자랑하기 위해.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카카오톡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배경과 포즈,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진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이름은 인공지능(AI)입니다.

AI 프로필 서비스는 사용자가 첨부한 셀피를 학습한 AI가 더 예쁜 모습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AI가 분석하고, 이목구비의 형태와 특징 등을 데이터로 변환해 측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징은 살리면서 복잡도를 줄이고,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끼리 묶는 겁니다. 이후 '예쁜' 사진에 사용자의 얼굴 데이터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데이터 대입 시 캐릭터 스타일과 얼굴도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매칭합니다. 이 과정에서 완성도가 판가름나겠죠?

이미 인스타그램에는 관련 태그로 작성된 피드만 2만8000개를 넘어섰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AI 프로필 제공 앱(애플리케이션) 추천 및 후기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셀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제 기준에서는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를 인식해 만들어진 사진이지만 내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데 AI 프로필의 셀링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라네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A씨(26세)는 "사진관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비용도 높고, 예약도 힘든데 AI 프로필은 몇천원 만으로 예쁜 내 모습을 만들어 준다"며 "대외 활동을 위한 SNS 프로필 사진도 AI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써봤습니다. AI 프로필 앱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와 스타트업 패러닷의 '캐럿', 팀러너스의 '피카부 스튜디오'까지 3종입니다. 최대 20장의 셀카를 업로드하고, 최대 6600원의 이용료를 결제하면 됩니다. 생성까지는 가격대별로 최대 24시간이 소요됩니다. 최대한 나를 닮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어플 등으로 보정을 거치지 않은, 다소 노골적이고 사실적인 사진을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노우 '가장 높은 완성도' vs 캐럿 '극강의 부드러움' vs 피카부 스튜디오 '맘에 들 때까지'

먼저 '스노우'입니다. 이용료는 소요 시간에 따라 △24시간 3300원 △1시간 6600원으로 나뉘어지며 총 30장의 결과물을 제공합니다. 지난 5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이용 건수 150만 건을 돌파했고,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류 없이 스노우 AI 프로필 만드는 팁' 등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이날 네이버가 AI 프로필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2분기 호실적을 이끌었다고도 강조할 정도였으니까요.

과연 선두주자였습니다. 과할지언정 상대적으로 이질감 없이 완성도 높은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는 이가 직접 촬영한 프로필 사진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 사진은 아니었습니다. 고르고 골라 동료들에게 물으니 "닮았다"네요. 제 입에서도 누구시냐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사진 평가의 기준이 유사성이 아니라 이목구비와 포즈 등의 자연스러움에 있다면 만점이었습니다.

단점은 흔하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쓰는 만큼 옷과 머리 스타일, 배경지 등이 겹쳐 '스노우'가 만든 AI 프로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스치듯 봤을 사진일 수도 있겠네요. 

비바리퍼블리카 출신 등이 모여 만든 '팀러너스'의 피카부 스튜디오는 60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테마 내 4개의 콘셉트로 30장의 사진을 제공합니다. 총 120장입니다. 한 콘셉트로 너무 많은 사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 싶겠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30장 중 베스트 컷이라고 응답하는 사진의 특징을 추려 다시 학습하고, 사용자가 만족할 만 한 새 사진을 내놓는 방식입니다.

장점은 수많은 콘셉트를 제공하는 만큼 실제로 촬영한 사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점입니다. 첫 결과물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가량입니다. 이후 한 컨셉트 당 본인이 만족할때 까지 최대 80장까지 요구할 수 있답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조금씩 조금씩 저를 닮아갔습니다. 단점은 나를 닮은 프로필 사진을 생성해 내는 게 아니라, 기존 데이터에 나의 이목구비만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한 듯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간혹 똑똑한 AI는 제 얼굴형을 전부 반영한 반면 일부 AI는 제 '국적'까지 바꿔놓기도 했고요.

캐럿은 타 앱에 비해 대기 시간과 오류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20~30분이 소요된다고 안내하지만 약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양한 분위기와 각도, 스타일링의 사진 30여장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평생을 장발로 살아왔던 저의 단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점은 사진이 설명합니다. 앞서 사용해 봤던 앱들 중 가장 '과한' 결과물을 내줍니다. 아마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예쁜 사진'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10년 전의 제 모습이라기엔 너무 어리고, 15년 전의 제 모습이라기엔 너무 성숙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목구비는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SNS 게시된 사진, 타인이 범죄 악용해도 법적 처벌 근거 없어

이처럼 커피 2잔 값으로 10분 만에 30장의 프로필 사진을 '뚝딱' 만들어내는 점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가 타인의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를 많이 봐온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신분증 재발급 등을 위해 AI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현행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 신분증에 사용되는 사진은 '6개월 이내, 모자 등을 쓰지 않고 촬영한 상반신 정면 사진'을 사용해야 하는데,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발급 자체가 반려되거나 사진 보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선례가 없던 탓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최근 "변형이 가능하거나 본인 확인이 어려운 사진은 신분증 등에 사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과거에도 증명사진을 보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AI 프로필은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 제작된 프로필 사진을 SNS를 통해 게시한 정보가 딥페이크를 활용한 음란물 생성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순식간에 다가온 AI 시대에 대비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한 탓입니다. 특정인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AI를 활용한 음란물이지만 '가상의 인물'로 보고 실제 인물을 피해자로 특정하지 못해 처벌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 5월 'AI 이미지 생성기 악용 법적 규제'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되면서 관련 법안의 입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는 '인공지능 윤리 헌장'을 통해 "AI 기술은 인공지능 윤리와 함께 나아갈 때 안전한 이용이 담보될 수 있으며, 우리는 인공지능의 안전과 윤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AI 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AI를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의 개발 뿐만 아니라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처하는 노력도 병행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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