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글로버와 브롬스틱 퍼터. [사진=PGA투어]
루카스 글로버와 브롬스틱 퍼터. [사진=PGA투어]

[뉴시안= 안성찬 대기자]퍼터가 지독하게 안 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번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면서 "이번에 퍼터를 바꿔 볼까?"하고 잠시 고민했을 터. 퍼터가 만능은 아니지만 우승자 루카스 글로버(43·미국)와 저스틴 로즈(43·잉글랜드)의 '신들린 듯'한 퍼팅을 보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11~14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70·7243야드)에서 열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에서 글로버와 로즈의 퍼터였다.

골프게임에서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내려면 드라이버 티샷부터 그린에서 퍼트까지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우승의 결정타는 바로 퍼트다. 10m 롱퍼트가 들어가고, 1m도 안되는 퍼트가 홀 옆으로 빗나가면서 승부가 갈리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물론 골프장비가 스코어에 미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수치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그날의 성적은 선수 혹은 아마추어 골퍼의 기량과 멘탈, 클럽, 볼  등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비가 때로 심리적으로 안정돼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프로나 아마추어 골퍼들이 클럽과 볼을 선택할 때 유명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글로버의 퍼터가 뭐길래?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벨리 퍼터를 닮은 일면 '빗자루' 퍼터인 브롬스틱(Bromstick)' 퍼터다. 일반 골퍼가 사용하는 34인치(약86.36cm) 퍼터보다 길다. 45인치(114.3cm)나 된다. 그립끝인 버트(Butt) 부분이 가슴까지 온다.

벨리 퍼터가 사라진 것은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앵커링(anchoring)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이때문에 애덤 스콧(호주)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벨리퍼터를 쓰는 프로가 없다. 대신에 브룸스틱으로 갈아타고 가슴에 절대로 대지 않고 사용한다. 앵커링(anchoring) 금지는 퍼터를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라도 고정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앵커링은 '정착'이란 뜻으로 앵커(닻)를 적용해 특정한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서 닻 내리기라고도 한다. 

이후 스콧이나 김시우를 비롯해 글로버까지 일부 선수들이 브롬스틱으로 교체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김시우는 스콧이 권해서 지난해 9월 바꿨다. 안병훈도 브롬스틱으로 교체하면서 윈덤 챔피언십 준우승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니오픈에서 우승할 때 브롬스틱을 사용한 김시우는 "나를 따라서 브롬스틱으로 바꾼건지 모르겠지만 (안)병훈이 형이 잘해서 기쁘죠. 우승하면 상금의 3%를 내가 가져갈지도 몰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손목의 움직임을 없앤다는 것. 어깨로 볼을 치도록 유도한다. 그립 맨 위를 왼손으로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샤프트 가운데를 집게 모양으로 잡아 진자운동과 같이 일관성 있는 스트로크를 만들어줘 직진성을 좋게 한다. 퍼터의 강점은 정확성이다. 일정하게 시계추 운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브룸스틱 퍼터는 거의 서서 하기 때문에  스트로크를 정확히 하는지 한눈에 알수 있고 정교한 퍼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버는 이번 대회 4일간 L.A.B. Mezz.1 Max 퍼터로 그린적중시 홀당 1.72개로 공동 35위, 평균 퍼트수는 26개 공동 5위에 올랐다. 평균 거리 300.9야드로 장타자가 아니면서도 퍼트 덕에 우승할수 있었다. 특히, 7m, 10m짜리 퍼트를 홀로 연결시키는 탁월함을 보였다.  

플레이오프 3라운드에서 21개의 퍼트로 61타를 친 저스틴 로즈. [사진=PGA투어]
플레이오프 3라운드에서 21개의 퍼트로 61타를 친 저스틴 로즈. [사진=PGA투어]

■61타를 만들어준 로즈의 퍼터는?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는 공동 20위로 우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퍼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로즈가 일을 낸 날은 13일 '무빙데이' 3라운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골라내며 9언더파 61타를 쳤다.

로즈는 이날 퍼트수 21개로 1위, 그린적중시 홀당 퍼트수가 1.33개로 1위에 올랐다. 특히, 이날 아이언 샷이 좋아 홀에 가깝게 붙였지만 '신(神)들린 퍼트'에 선수 및 대회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로즈의 퍼터가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2019년 '엑시스원'으로 교체하고 나서 PGA 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어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최저타 신기록인 65타를 쳤을때 퍼트수가 고작 22개였다. 올 시즌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할 때도 홀당 평균 퍼팅수 1.640개(5위)였다. 

2004년 투어에 합류한 로즈는 올 시즌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 등 PGA투어 통산 11승을 올렸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유럽과 아시안 투어에서 12승을 올렸다. 

저스틴 로즈가 사용해 유명해진 엑시스원 퍼터.
저스틴 로즈가 사용해 유명해진 엑시스원 퍼터.

엑시스원 로즈 퍼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산업 디자이너 루이스 페드레자가 저스틴 로즈와 함께 인체공학 전문지식을 접목해 6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한 제품이다. 엑시스원 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밸런스. 무게 중심을 타격면 중심에 배치했다. 샤프트에서 헤드의 페이스 정면 스위트 스포트까지 완벽한 축과 무게중심을 이루도록 디자인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특허 받은 엑시스원의 독창적 기술로 클럽의 비틀림 및 균형을 위해 샤프트의 힐 부분을 튀어나오게 하고, 토가 하늘을 바라보도록 설계했다. 엑시스원은 CNC 밀링된 SUS 303 소재에 블랙 PVD 처리했고, 355g의 최적의 헤드무게로 완성해 기능적 완벽함에 디자인적으로도 정점을 찍었다.

제작에 로즈가 관여한 엑시스원 퍼터는 최근 4년만에 신제품을 선보였다. 

클럽피팅 전문가 강성창 반도골프 대표는 "퍼터의 생명은 밸런스로 기존 브랜드들의 약점이었던 부분을 엑시스원이 완벽하게 해결했다"면서 "이번 로즈가 61타를 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엑시스원 퍼터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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