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해양수산 취업박람회'가 열린 지난 8월 3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년 해양수산 취업박람회'가 열린 지난 8월 3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가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중소기업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결 실마리로 우선 MZ세대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기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중소기업 기피하는 젊은 세대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IBK가 만드는 중소기업 CEO REPORT' 9월호에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이 보고서는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는데 젊은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며 “젊고 활력 넘치는 하부조직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청년세대 인력 확보는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중소기업 인력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지난 7월 발간된 고용노동부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미충원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2.9%로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6.3% 대비 2배 이상 높다. 전체 기업 미충원 인원의 92.7%가 30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했다는 결과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태이며,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인력난은 젊은 세대의 중소기업 기피가 가장 큰 원인이다”며 “대·중소기업 양극화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인력수급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신규 직원 유입되지 않아 조직의 노쇠화

보고서는 “젊은 세대의 기피가 심해질수록 중소기업은 조직 노쇠화와 혁신 역량 저하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며 “많은 중소기업이 ‘세대교체’가 필요함에도 신규 직원이 유입되지 않아 조직의 노쇠화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소기업 재직자의 평균연령은 대기업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소기업 재직자의 평균연령은 43.1세로 39.5세인 대기업보다 3.6세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 고졸 근로자 평균연령은 46.7세로 1999년 34세에서 20년 만에 12.7세나 높아졌다. 고령화가 심해진 세태를 고려하더라도 중소기업의 세대교체가 잘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장과 사원만 있는 모래시계형 인구구조를 지닌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조직 노쇠화는 기업 생산성과 발전 잠재력 저하를 초래한다”며 “중소기업계가 젊은 최고경영자의 가업승계만큼이나 ‘하부조직의 후계자 찾기’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 중소기업과 대기업 ‘혁신 격차’도 심화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혁신 격차 심화를 짚었다.

MZ세대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잘 받아들이고, 업무에 적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주목한 것. 특히 MZ세대에 대한 권한 부여가 기업 성과 창출로 이어졌던 사례를 제시했다.

구글은 MZ세대 직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당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쓸 수 있는 권한을 주는 ‘20% 룰’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G메일, 구글 맵 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주요 소비자 그룹으로 떠오른 MZ세대 맞춤형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기획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해당 연령대의 직원들에게 위임해 업무 혁신을 이뤘다.

보고서는 “당연하게도 젊은 세대 직원의 기용이 더딘 기업들은 변화의 추세에 더 느리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조직이 노쇠화하고, 우수 인력을 대기업에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MZ세대 직원 자체가 유입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 청년들 62.5%만 “중소기업 취업할 의향 있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원인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때문이라는 것도 지적됐다.

2022년 기준 30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346만 2000원으로 300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 592만 2000원 대비 58.4%에 그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각종 채용 플랫폼 등을 통해 구직자들이 연봉과 복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게 되면서 대기업 쏠림현상이 가속화되었다. 벌어진 격차를 너무 잘 알게 된 것.

인터넷을 통한 부정적 인식 확산도 요인 중 하나다.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기적으로 중소기업 근무 ‘괴담’들이 올라온다. 거기에서 중소기업은 대체로 ‘열악한 노동 환경’, ‘열정페이’ 등의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MZ세대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기준 이해를 먼저 꼽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2021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들은 62.5%만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취업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이들이 꼽은 이유로는 ‘낮은 급여 수준’이 약 2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고용 불안정’과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 수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22년 중소기업중앙회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구직자의 온라인상 키워드 언급량 1위는 ‘자기 성장 가능성’(34.9%)이었고, ‘근무시간’(18.5%), ‘급여 수준’(17.2%)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실제로 자기 성장 가능성과 근무 시간은 MZ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직장 선택의 기준이다”며 “이러한 조사 결과에 주목해 젊은 구직자들에게 중소기업이 자기 성장 측면에서 꽤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실제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많은 구직자가 중소기업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업무를 경험해 성장할 기회로 인식하기도 한다”며 “중소기업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비교우위 요인들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맞춤형 구인·구직 플랫폼 보급 확대 필요

중소기업 맞춤형 구인·구직 플랫폼 보급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구직자들이 내실 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맞춤형 중소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근무시간 유연화도 풀어 나가야 할 숙제로 꼽았다. 절대적 업무시간보다는 창의성이 성과에 직결되는 정보기술IT 기업, 스타트업에서는 근무시간을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것이 추세다.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고, 몰아서 근무하고, 쪼개서 근무할 수 있는 편의 부여를 당부했다. 전통 제조업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에서만이라도 이러한 재량적 근무시간 적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중소기업의 근무시간 유연화는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면에서 하나의 비교우위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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