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로 전체 가구의 41.0%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태영 기자]
지난해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로 전체 가구의 41.0%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태영 기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주민등록 인구수는 3년 연속 감소했지만 가구수는 오히려 늘었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1000만 가구 돌파를 앞두고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거행태와 소비생활도 덩달아 변화하고 있다. 뉴시안이 창간 11주년을 맞아 최근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1인가구’의 다양한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전북 전주에 주민등록 주소지를 두고 있는 이모씨는 직장문제로 서울에서 1인가구로 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주로 내려가는 월말 부부이긴 하지만 사실상 1인 가구나 다름없다. 이씨 부부는 “현재 45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두 아이들이 성장해 독립하면서 큰 평수 아파트가 필요 없어 24평 정도의 아파트로 이사하려 한다”며 “몇년 후 직장에서 은퇴하면 단둘만 살게 되기 때문에 크고 넓은 공간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이 처럼 1인 가구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 1인 가구 972만 4256가구...전체 가구 41.0% 차지

지난해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로 전체 가구의 41.0%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구 형태보다 혼자 사는 가구가 대한민국 인구구조의 중추가 되었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2일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수는 5143만 9038명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령은 44.2세로, 남성은 평균 43.1세, 여성은 45.3세로 여성이 2.2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은 51세(1971년생, 93만911명)였다.

주민등록 인구수는 2021년 5163만 8809명보다 20만명 가량 줄었다.

반면 주민등록 가구수는 2370만 5814가구로 전년도(2347만 2895가구)에 비해 0.99%(23만여 가구) 증가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말 64.2%에서 지난해 65.2%로 0.1%포인트 증가해 10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말 64.2%에서 지난해 65.2%로 0.1%포인트 올라 10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고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 욜로 등 신조어 생길 만큼 중요한 소비 주체로 등장

1인가구는 원코노미, 미코노미, 욜로, 욜테크, 가심비, 케렌시아 등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소비주체로 등장하고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원코노미(One+Econamy)는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으로 가성비를 따져 물품을 구매하는 데 반해 미코노미(Meconomy)는 고급성과 희소성을 따지며 '나를 위한 선물', '나를 위한 사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부양가족에게 소득의 대부분을 활용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소득 전액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구입에 주저함이 없다. 미코노미 트렌드는 욜로, 욜테크, 가심비, 케렌시아 등의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래픽=행안부]
[그래픽=행안부]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욜테크(YOL-tec)는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욜로와 낭비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곳에 지출을 하며 돈을 모으는 짠테크의 합성어이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성향을 뜻한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한다. 비용과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것을 구매하는 소비 행태다. ‘가성비’에 반대되는 말로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안식처라는 뜻으로, 원래는 마지막 일전을 앞둔 투우장의 소가 잠시 쉴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곳을 뜻한다. 지금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이란 뜻으로 쓰인다.

# 20~30대 1인 가구 삶에 대한 만족도 ‘매우 높은 편’

1인 가구의 증가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설문조사기업인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1인 가구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향후 1인 가구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 만 20~59세 1인 가구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앞으로 5년 이내에 1인 가구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26.2%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현재 1인 가구 중 40~50대는 향후 가구 형태의 변경 없이 1인 가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여성과 20~30대에서 1인 가구 삶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로 지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의 정도는 크지 않은 편이고, 전년과 비교할 때도 소폭 줄었다.

대화할 상대가 없거나, 몸이 아플 때, 심심할 때, 밥 먹을 때 등의 상황에서 주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현재 다인 가구 중 20대는 향후 1인 가구로 독립하려는 의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남성(66.2%)보다 여성(80.9%)에서, 40~50대(58.3%)보다 20~30대(80.5%)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거주하고 있는 주택 유형도 연령대별로 달라

1인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 유형도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20대는 원룸(28.2%)과 다가구·다세대 주택(23.8%)에서 거주하고 있는 반면 40대(44.6%)와 50대(46.3%)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이사 주기는 평균 3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며, 20대의 경우 이사 주기가 짧은 편으로 조사됐다. 이사 시 거주 비용을 가장 우선 고려하고, 그 외 직장/학교와의 거리·교통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사 시에는 주로 온라인 부동산 전용 앱(다방, 직방, 네이버 부동산 등)을 통해 정보를 탐색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및 온라인 부동산 포털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 식사 10번 중 6번은 집에서 ‘나홀로 식사’

1인 가구 특성상 대부분의 끼니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식사 10번 중 6번은 집에서 식사하며 대부분 혼자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구매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한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구매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또 집 밖에서 혼자 먹는 비중은 남성(14.4%)이 여성(8.5%)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로 간편식 구매, 배달/테이크아웃 주문, 직접 조리 등의 방법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20~30대는 배달/테이크아웃 음식·간편식을 이용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50대는 배달/테이크아웃 음식·간편식과 더불어 밀키트나 가족/지인의 공급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 1인 가구 급속한 증가...기업들의 대응은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은 1인 가구로 재편된 사회 변화 속에서 1인 가구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으로 이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식품 외식 업계에서는 용량을 줄인 소포장 제품들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들을 속속 쏟아내고 있으며, 주류업계에서도 집에서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게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 알뜰, 실속’ 3가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밥솥, 정수기, 세탁기 등도 작지만 기능이 다 갖춰진 2인이나 1인 가구를 겨냥해 물건을 소포장하는 비중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생활공간도 넓은 주택이나 큰 평수의 아파트보다 소형 주택과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많다.

가정간편식 산업의 경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5조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2030년 1인 가구 소비 시장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권도 여행, 스마트금융, 자산관리 등 1인 가구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대이율 및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 적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국선희 전 전북대 겸임 교수는 “결혼기피,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파로 1인 가구 증가세는 갈수록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인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하되,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국가 정책도 절실하다”고 짚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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