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A52s 5G. (사진=삼성전자)
갤럭시A52s 5G. (사진=삼성전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삼성전자가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고수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다양한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로 제품군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와 해외 8개국에서 삼성전자의 단말기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박 의원은 "국내 단말기 시장은 사실상 특정 기업의 독점 상태로, 단말기 가격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하다"며 "정부가 외산 단말기 도입 등 국내 단말기 시장의 건전 경쟁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중저가 라인업인 A 시리즈를 비롯해 M 시리즈, F 시리즈 등 총 37종의 중저가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자급제 단말기는 5G 1개, LTE 1개로 2가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일부 국가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판매중인 중저가 자급제 단말기의 경우 해외 판매용 제품이 국내용 제품에 비해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은 저렴했다. 예컨대 갤럭시A24의 경우 국내 판매 단말기는 4GB(기가바이트) 램과 128GB의 용량을 제공하지만 39만6000원에 판매된다. 반면 태국에서 판매중인 제품에는 6GB 램과 128GB을 탑재했음에도 10만원 저렴한 29만3803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A34 5G 모델도 국내 모델은 6GB 램, 128GB 용량 모델이 49만9400원에 출시됐지만 인도에서는 43만9813원,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이보다 나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47만2881원과 47만7453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A14 LTE·5G 모델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영국·미국·인도에서 판매량 상위 5위권에 들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정식 출시되지 않아 '역직구' 해야 하는 상황이다.

플래그십 단말기도 해외에서는 저용량 옵션을 추가 판매해 국내 고객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단말기 가격의 부담은 낮췄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의 경우 국내에서는 기본 용량이 256GB 부터지만 해외에서는 128GB의 저용량 옵션을 추가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만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 갤럭시A52, 갤럭시S FE(팬 에디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21년 3월 공개된 갤럭시A52는 4G·5G 모델로 출시됐다. 상세스펙은 지원 네트워크에 따라 상이하지만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갤럭시A52 5G 모델의 경우 보급형 제품으로는 드물게 120Hz 고주사율을 지원하며,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과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인공지능(AI) 기반의 장면 최적화 기능 등이 탑재돼 '갓성비' 5G 폰으로 화제가 됐다. 플래그십급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출고가는 전작인 갤럭시A51과 비슷해 국내 출시를 기다린 소비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A52 5G 모델의 국내 출시를 줄곧 미뤄오다가, 같은해 9월에서야 리프레쉬 모델인 갤럭시A52S의 출시를 알렸다. 전반적인 스펙은 동일하나 개선된 모바일 AP, A시리즈 최초의 와이파이6 지원 등이 특징이다. 출고가는 50만원 후반대로 책정됐지만, 6GB 램·128GB 용량의 단일 모델로 출시돼 '내수 차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9개월여를 기다려 온 국내 이용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퀀텀2(A82)가 대체재로 떠오르는 듯했지만 SK텔레콤 전용 모델로만 출시된 점과 사양 다운그레이드 등의 한계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듬해인 2022년 1월,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FE(팬 에디션)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만 출시했다. 당시 외신 등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국내에서는 갤럭시S22 공개를 앞두고 있던 시점인 만큼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흥행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의 판매로 플래그십 제품에 대한 수요를 빼앗기는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연내 공개될 것이라는 갤럭시S23 FE의 국내 미출시가 점쳐지는 이유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갤럭시S23 FE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갤럭시S22 FE가 출시됐어야 하지만 수요 부족 및 반도체 수급난 등을 이유로 약 2년여 만에 나오는 신제품이다. 그러나 삼성은 갤S23 FE의 국내 출시에 대해서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삼성전자는 22일 도쿄 현지에서 5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5·폴드5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갤럭시 재팬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22일 도쿄 현지에서 5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5·폴드5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갤럭시 재팬 홈페이지]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폴더블폰 대중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출시한 5세대 폴더블폰의 경우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전역에서 사전판매 신기록을 내며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중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갤럭시Z플립3·폴드3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기종별 판매 순위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했다. 통상 10월은 갤럭시Z플립 시리즈의 출시 효과가 도드라지는 시기인 데다, 갤Z플립3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폴더블폰 대중화의 시발점이 됐던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초라한 결과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는 미국에서만 갤럭시Z플립4가 4위권에 들며 다소 호전된 성적을 나타냈지만 이외의 국가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초 공개된 갤럭시S23 시리즈의 출시 초기 4개월간 판매량은 1376만대로 나타난 반면 갤럭시Z플립·폴드4의 10개월 누적 판매량은 870만대, 갤럭시Z플립·폴드3의 동기간 누적 판매량은 909만대에 그친다. 주요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가 국내 출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력 제품인 폴더블폰의 선전이 간절한 상황이다. 

시장 리더의 지위를 가진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하반기 언팩의 주인공으로 갤럭시Z 시리즈를 전면에 앞세우는 등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목표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폴더블폰 시장의 성장세 만큼 신제품의 판매량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4년 1월 중순께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신형 모바일 AP '엑시노스 2400' 탑재 여부가 관심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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