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지난 1일 주요 시중 은행장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지 않았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 때문에 은행 관계자들은 요즘 좌불안석일 게다.

용산과 사전교감한 건지 아니면 그냥 오비이락인지 이날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지난해 5대 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는 보고서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대통령의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상승효과에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을까 싶다.

소상공인과 주부 회사원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서민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이뤄진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은행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한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 상태라며 앉아서 돈을 벌고 있고, 갑질도 많이 한다고 날을 새웠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대출 상품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영업도 하는데 독과점 상태인 한국 은행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은행 내부 인사 문제까지 건드렸다. “우리나라 은행은 기획부서 출신들이 다 올라가지, 일선 영업한 사람들이 최고위직에 잘 못 올라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대통령 작심발언의 배경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은행 경영방식 및 인사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평소 느낀 소신을 밝힌 것인지, 아니면 눈물로 호소하는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날 미팅의 성격 상 즉석에서 약간 오버해서 한 발언인지는 모르겠다.

그 어느 쪽이든 윤 대통령의 은행권 관련 발언은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이다발언으로 고금리에 시달리는 자영업 서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맛은 있었겠지만, 자유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대한민국의 경제·금융시스템에 어울리는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자칫 포퓰리즘또는 관치금융으로 비춰 향후 정작 필요한 금융정책을 펼치는데 있어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은행들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이날 지적한 내용은 발언 형식이 지나쳤을 뿐이지 금융정책 당국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많이 공감하고 있는 이슈들이다.

물론 금융시장 환경과 제도 및 정책이 다른 글로벌 금융시장과 우리나라 상황을 직접 비교하면서 단시간에 그 수준까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은행들도 나름 할 말도 많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 은행들이 받고 있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과거 금융을 정치화한 정치권과 이에 협조한 금융권 간 합작품의 결과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정치가 금융권과 일정한 거리는 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은행권도 정치만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사회공헌을 더 늘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우리 은행들이 해마다 신년 목표로 내세우는 글로벌 일류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다짐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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