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 부산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

위 명단은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탄핵을 추진중이거나, 이미 탄핵을 단행한 후보자나 대상자들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일찌감치 디폴트로 탄핵 1순위에 올라 있다. 야권 및 일부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탄핵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요즘도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빠질 수 없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과 함께 탄핵 단골 후보로 꼽힌다.

최근엔 이원석 검찰총장이 탄핵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나중에 더불어민주당이 '사실과 다르다'며 서둘러 주워 담기는 했지만, 속마음을 들킨 꼴이다. 앞서 이 총장은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를 비난하면서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의 최근 태세로 봤을 때 탄핵 후보 리스트는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질 거 같다. 아마도 열손가락으론 부족하지 않나 싶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이렇듯 탄핵을 만병통치약처럼 쓸 생각은 없었다.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 내부에서조차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난 6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려 할 때만해도 그랬다. 야권을 향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에 검사 탄핵카드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당내에서는 역풍 우려가 나왔다. 원내 지도부도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반발로 탄핵역풍이 정국을 강타했다. 그 결과, 2004415일 제17대 총선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노동당에도 밀려 제4당으로 추락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국회 과반수를 획득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당시 탄핵 주도 인물로 지목됐던 박관용 국회의장,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 등 정치 거물들이 정계를 은퇴해야 했다.

탄핵에 신중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탄핵모드로 급선회한 것은 이상민 장관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도 탄핵 역풍이 전혀 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7월 이 장관에 대한 헌재의 탄핵 기각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히려 동반하락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강경일변도의 행보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신문지면과 TV뉴스에 민주당의 탄핵 소식이 연일 주요 이슈로 다뤄지다 보니 더불어민주당=탄핵당이라는 등식이 국민들 마음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민들 눈에 168석이라는 막강한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중장기 정책 비전으로 정국을 주도하기보다는 탄핵에 목을 매면서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공매도금지등의 정책으로 서민들을 파고 들고 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분풀이탄핵에만 매몰돼 정책 주도권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매우 엄중하고 서민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탄핵이라는 비효율적인 정치싸움만 일삼는다면 국민들은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가. 실제 민주당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탄핵소추건들이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어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이쯤에서 탄핵 정국에 마침표를 찍고, 거대 야당의 힘을 비생산적인 일에 허비하지 말고, 정책대결에 집중하면서 민심을 어루만지는 게 훨씬 더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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