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부럽지 않은 소비 권력층으로 급부상한 시니어 소비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모델 아카데미 패션쇼'에서 마련된 런웨이에서 시니어모델들이 의상을 착장하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MZ세대 부럽지 않은 소비 권력층으로 급부상한 시니어 소비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모델 아카데미 패션쇼'에서 마련된 런웨이에서 시니어모델들이 의상을 착장하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MZ세대 못지않은 소비 권력층으로 급부상한 시니어 소비파워에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은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나 중심의 선택적 소비’로 요약된다.

16일 LG경영연구원이 내놓은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의 시대에 MZ세대는 소비 주역으로 부상했지만 물가가 치솟고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MZ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와 ‘짠테크’가 새 트렌드로 등장하며 극단적인 절약 문화가 확산됐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MZ 마케팅에만 집중하던 기업들은 다른 소비자군으로 눈을 돌려야 했고, 이들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시니어 세대라는 것. 수명의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맞물려 시니어 인구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액티브 시니어의 공통된 특징은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왕성한 소비활동을 보이고, 가족만큼 자신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해 나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래픽=LG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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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55~69세에는 자녀 양육을 마치고 여행, 운동, 문화생활을 위해 시간적·경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며 “액티브 시니어의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연령대가 55~69세”라고 분석했다.

40~54세에는 나를 위한 삶보다는 ‘부모로서의 삶’을 사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고, 70세 이상은 대개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한 노후를 보낸다고 풀이했다. 이들은 경제력이 있어도 식생활 중심으로 소비하는 유형이 많고, 먹거리를 포함한 주거환경, 보건의료와 같이 꼭 필요한 소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최근 55~69세의 인당 평균 소비는 젊은 소비 계층인 25~39세의 85%로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55~69세가 25~39세보다 평균적으로 75%만을 소비, 짧은 시간 내에 10%p의 급격한 성장이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MZ세대의 소비가 늘어나며 이들이 트렌드를 이끌고 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졌던 것과 달리, 시니어 계층이 젊은 소비자들보다 더 빠르게 소비를 늘려온 것.

보고서는 “연령대별 인구를 감안해 전체 시장의 규모를 비교할 경우에도 액티브 시니어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나타났다”며 “55~69세 전체의 소비지출금액은 25~39세 전체가 소비하는 금액의 90%로 15년 전 40% 수준에서 성장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그래픽=LG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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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5~69세가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은 분야로 식품업계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팬데믹으로 외식이 줄고 가정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특히 60대의 내식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1인당 식품 소비의 증가와 시니어 인구의 증가로 55~69세 전체의 식료품구입비는 젊은 세대의 거의 2배에 육박했다”고 덧붙였다. 업계도 이들의 니즈에 맞춰 간편하게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간편식 트렌드가 등장했다는 점을 주목한 것.

액티브 시니어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운동에 관련된 소비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50대 이상에서 운동을 위한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55~69세 전체의 운동오락서비스 이용금액은 25~39세 전체의 90%로 동일 연령대 기준 고작 30%에 불과하던 10년 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시니어들이 정적인 여가를 즐길 것이라는 생각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것.

보고서에 따르면, 가전 소비는 팬데믹으로 갑자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30, 40대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젊은 층보다 이미 많은 것을 갖춘 상태에서 살고 있는 시니어들도 새로운 가전에 대한 소비를 늘렸다.

특히 요즘의 시니어들은 새로운 문화에 거부감이 적고 디지털 친화력이 높아 고기능 가전과 IT 기기도 곧잘 사용한다. 커피믹스를 즐겨 마시던 시니어들이 커피머신을 구입해 나만의 홈카페를 차리고,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뷰티 케어 기기를 구매한다. 의류 관리기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시니어 패션 피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년 전에는 55~69세 전체의 가전 구입 금액이 25~39세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70%를 넘어섰다.

은퇴를 앞두거나 퇴직 후 새 차를 사는 걸 꺼리던 분위기도 바뀌었다. 40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는 자동차 구입이 줄어든 반면 50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구입을 위한 지출이 늘어났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높아진 물가와 할부 금리로 인해 젊은 세대는 보유하고 있던 차량도 팔아버리는 상황인 반면, 액티브 시니어들은 새로운 차량의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픽=LG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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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른 시장에 비해 액티브 시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이들의 높아진 구매력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전체 인구 중 액티브 시니어의 인구가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액티브 시니어 시장의 중요도는 확대될 것이다.

통계청 잠재인구추계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의 성향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55~69세의 인구는 2029년 전체 인구 중 24.7%를 차지하며 인구 비중의 정점을 찍는다. 왕성한 소비를 보이는 또다른 계층인 25~39세의 청년과 비교할 때, 인구 비율이 2022년 기준 1.1배에서 2057년 2.1배까지 꾸준히 성장해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한 소비 집단이 될 전망이다. 연령대별 1인당 소비 규모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도, 현재 25~39세의 90% 수준인 55~69세의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2057년 170%에 이르기까지 인구 효과만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액티브 시니어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이 명백히 예견됨에 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성향을 꿰뚫는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이들은 ‘나이답게’ 살아가기보다 ‘나 다운’ 삶을 추구하며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DIY(Do It Yourself)형 소비에 능숙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자기주도적 소비 행태는 이들의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오늘날의 액티브 시니어는 예전보다 더 젊은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어른으로서의 품위 역시 지키고자 하는 상반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젊은이와 시니어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들어맞는 상품과 서비스에 목말라 있다”며 “이것이 이들을 단순히 시니어로 규정해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고 분석했다.

LG경영연구원 정지윤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의 흐름과 다르게 MZ세대의 영향력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단순히 당장 매출만을 기준으로 시장의 중요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시간이 흘러 결국 액티브 시니어에 편입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들이 미래의 핵심 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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