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영화 서울의 봄이 장안의 화제다. 개봉 25일 만에 818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같은 추세라면 10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일 듯 하다. 펜데믹 이후 시리즈물이 아닌 단일 작품으론 최초로 80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19791212일 서울에서 일어난 ‘12.12사태당일 저녁 7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9시간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러닝 타임 141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비수기인데다 넷플렉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극장영화가 죽을 쑤고 있는 요즘, 짧은 시간 안에 800만을 훌쩍 넘기고 1000만을 눈앞에 둔 걸 보면 참 잘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다.

영화를 너무 잘 만들다보니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픽션을 구분못하고 헷갈려 하는 관객들이 많다. 특히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두광의 얼굴사진이 박힌 포스터를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흥행과 재미를 위해 을 극명하게 대비시켜야 드라마틱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2.12사태와 당시 관련 인물에 대한 역사적 판단과 평가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그려낸 것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두부모 자르듯 그렇게 단순명료하지 않다. 영화에서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된 주인공이 당시 현실에선 풀리지 않은 행보와 태도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데도 일부 정치권은 영화 서울의 봄의 최근 흥행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먼저 숟가락을 얹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서울의 봄회사 측에 건의합니다. 영화 보고 나온 관객을 위하여 영화관 출구에 전두광얼굴이 새겨져 있는 펀치볼을 설치해주십시요! ^^”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12.12사태 44주년인 지난 12일 이 대표는 페북에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썼다.

이보다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2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유린, 역사의 반란은 군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과거에만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지금의 검찰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본인에게 유리하다면, 영화적 픽션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은 듯 하다.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은 영화일뿐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영화 각색할 때 재미를 더했는데 사실이 몇%인지 말하기 힘들 정도로 섞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극의 중심에 서는 캐릭터를 둘로 압축했다“'전두광'과 '이태신' 두 캐릭터 모두 영화적으로 새롭게 가공된 인물이라고 인정했다. ,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가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펼쳤을 때 국가적 피해와 국민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이미 한차례 경험했다.

2016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산의 한 영화관에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후 원전 추가 건설을 막고 앞으로 탈핵·탈원전 국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176월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지 한달만에 대한민국의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규 원전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그 다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제공=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제공=서울의 봄]
영화 판도라 중 한 장면. [사진=뉴시스]
영화 판도라 중 한 장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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