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장면 #1. 은행 창구직으로 입사한 지 1년 남짓된 A씨가 투덜댔다. “월급은 쥐꼬리인데, 세금을 너무 많이 떼간다. 아마 월급명세서에 찍힌 월급에 비해 세금이 과하다고 느낀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월급생활자 10명 중 3명 가량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20234분기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 근로소득신고자는 2053만명이다. 이중 33.6%에 해당하는 690만명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미달로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근로소득에 따른 원천징수로 세금은 매월 급여에서 떼가지만, 연말정산에서 각종 소득 및 세액 공제로 전부 환급받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나라가 걷는 전체 소득세의 72.4%는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액 연봉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연봉 10억원 이상되는 초고액연봉자들은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갖다 바친다. 그야말로 유리지갑이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A씨가 690만명에 포함될 지 모르지만, 그는 이번 연말정산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낸 세금 중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것이다.

장면 #2. 올해 74세인 B씨는 지난 2022년 종합부동산세로 2100만원 가량을 납부했다. 윤석열 정부들어 종부세 완화 정책 덕분에 지난해는 400만원으로 5분의1 이상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마땅한 소득이 없는 그는 이마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선 강남 집 팔고 서울근교로 옮기라고 얘기하지만, 한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세금피하려고 하루아침에 옮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B씨 본인은 징벌적 과세로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이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및 세금 정책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주변 친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부자감세운운할 때면 속이 영 불편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바로 잡았을 뿐인데, 그게 어떻게 부자감세로 매도돼야 하는 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세수부족 때문에 나라곳간이 비어간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괜히 "내탓인가" 싶어 움츠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면 #3. 요즘 삼성 일가는 좌불안석이다. 선대로부터 받은 재산에 대한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기위해 보유주식 대량매각에 은행대출까지 받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언론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그래도 여성주식 부호 1라는 기사를 쏟아내니 마음이 썩 편치가 않다.

한 조사기관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이 두 딸과 함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량으로 팔았는데도 여전히 여성주식 부자 1~3라는 자료를 내놨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기사화했다. 주식 대량 매각에도 삼성전자 등 주가가 올랐기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삼성 측으로선 거액의 상속세 마련에 애쓰는 모습보다 그렇게 팔았는데도 주식부호 1에 일반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삼성 일가지만 십수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는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잘못하다가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삼성가 세모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고금리시대 은행에까지 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상속세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수조원 규모의 미술품 등을 물려받았지만,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면서 상속세 마련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측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상속세지만,“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20214월부터 5년에 걸쳐 분납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장면 #4.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금투세) 폐지에 이어 상속세 개편 문제를 직접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석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원인으로 과도한 상속세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우리 국민께서 다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법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계획을 처음 밝힌데 이어 이번 민생토론회에서도 폐지를 공식화했다.

세금은 나라 살림의 가장 기본이다. 병역의무와 함께 납세의무는 국민의 기본의무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세금은 한푼이라도 덜 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나 대신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세상 인심이 이러하다보니 세금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 공정하고 수긍이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든 증세든 나라곳간도 잘 살펴가면서, 공정한 세제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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