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는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에서 주요 참여자로 주목받기 시작, ‘동학개미’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증시에 만만찮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는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에서 주요 참여자로 주목받기 시작, ‘동학개미’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증시에 만만찮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는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주요 참여자로 주목받기 시작해 ‘동학개미’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며 증시에 만만찮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위험을 확대하는 집중 투자, 특정 정보 맹신 등 비합리적 투자 행태도 여전해 큰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들' 모습의 면면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하나Knowledge 제 49호’에 게재한 ‘진화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행진’ 보고서에 따르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는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의 주요 참여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은 미미했으나 팬데믹 시기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 증시를 방어하며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개미들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2019년 9조3000억원에서 2021년 2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증시 환경이 악화된 올해도 11월 기준 19조7000억원 수준으로 한 단계 높아진 투자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2020~2021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올 11월 기준 6870만개 수준으로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3.3%에서 2023년 11월 67.8%로 증가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 주식투자 붐 반복적...‘동학개미’는 새로운 양상

과거 나타났던 주식투자 열풍은 경제 호황기, 다양한 경제변수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상황에서 자산관리를 위한 간접투자 확대로 진행됐다.

동학개미 열풍은 팬데믹 장기화로 실물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및 부의 축적을 향한 절박함으로 직접투자가 주를 이루며 전개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특히 노동과 저축만으로 자산 증식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2020년 이후 부동산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느끼는 대중들의 좌절이 주식투자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지난 4월 엠브레인의 조사결과, 응답자의 76.7%가 ‘급여소득이 늘지 않는 시대에서 어떻게 하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백세시대 환갑퇴직’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자산투자는 시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 연령에 걸친 미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술 발달로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주식투자가 가능해지고,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 경험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접투자 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주목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 개인투자자 다양화되고 많아지면서 시장서 존재감 확보

개인투자자의 절대적인 규모가 확대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

2021년 이후 개인투자자의 급격한 증가세는 완화됐으나 개인투자자의 규모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소유주식수 비중이 2018년 33.4%에서 2022년 37.9%로 확대됐으며, 코스닥시장에서의 비중은 6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여성의 비중도 증가하는 등 개인투자자 유형도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40, 50대에 집중돼 있던 개인투자자의 연령대가 젊은층, 고령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젊은 부모들의 자녀를 위한 미성년자 계좌 개설, 20대의 주식투자 붐에 힘입어 30세 미만 투자자 비중 또한 2018년 7.4%에서 2022년 17.9%로 급격히 확대됐다.

여성 투자자 수는 4년 만에 3배 급증하며 주식소유자 중 여성의 비중은 2018년 40.5%에서 2022년 47.8%로 증가했다.

여성 투자자 수는 2018년 225만명에서 2022년 681만명으로 확대됐다.

# 접근 용이한 주식이나 증권상품 직접 거래 경향 확산

선호하는 투자자산으로 알려졌던 부동산은 각종 규제 강화 및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대중의 접근이 어려워지자, 주식이 대중에게 보편적인 투자자산이자 수익원 다변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엠브레인의 조사결과, 2023년 71.9%의 응답자가 향후 주식투자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66.0% 대비 높은 투자 의향을 보였다.

간접투자 신뢰 하락, 개인투자자 경험 확대로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의 경우 펀드판매잔고 기준으로 개인투자자가 비중이 2010년 43.2%에서 2017년 23.8%, 올 10월 9.9%로 급격히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지식, 투자경험이 확대되고 정보 접근성이 제고되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금융회사들도 개인투자자 확보 및 주식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MTS 고도화, 콘텐츠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며 주식투자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 시장변화 맞춰 투자영역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개인투자자는 과거 투자경험 및 자발적 학습을 기반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주요국 금리 및 주식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주식시장으로 투자 영토를 넓혀 서학개미(미국), 일학개미(일본), 중학개미(중국), 불개미(프랑스)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

테슬라, 애플 등 해외기업에 친숙하고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이 서학개미의 투자를 주도했으며, 최근 역대급 엔저 환경이 이어지자 일학개미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개별 상장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ETF, 인버스 ETF, 공모주 투자, SPAC 투자, 비상장 투자 등으로 다양화된 투자상품을 경험하고 있음도 주목된다.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한 간접투자 상품이지만 직접 매매가 가능한 ETF는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19년말 52조원에서 2023년 11월말 120조원(순자산총액 기준)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상장을 통한 고수익을 목표로 공모주 투자 뿐만 아니라 위험이 높은 SPAC 투자, 비상장 투자 등으로 투자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는 개미들 주주권 행사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소액주주 소통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개인 소액 투자자들의 결집과 의견 개진이 용이해지고 있다. 저변이 확대된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공유한다는 것.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일례로 ACT, 헤이홀더 등 소액주주 소통 앱이 등장함에 따라 분산돼 있던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으고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 후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전자투표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확대됨에 따라 소액주주들도 편리하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지분을 결집해 투자한 회사에 자료를 요구하고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해 기업 체질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

DB하이텍, 이화그룹, 아세아제지, 에치에프알 등의 소액주주들은 소통 플랫폼을 통해 결집해 물적 분할 반대, 주주환원 정책 개선, 기업 정상화를 위해 영향력 행사했다.

2024년 온라인 주주총회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주총 참여와 의견 개진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미들은 투자한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뿐만 아니라 금융제도 관련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매도 금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 ,금융당국의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 결정에 영향력 행사하기도 했다.

# 손실위험 확대하는 집중 투자, 특정 정보 맹신 등 비합리적 투자행태 여전

반면 개미들은 일부 종목에 대한 단기투자, 테마주 집중투자 등 편향된 투자행태도 지속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비효율적인 투자행태는 투자성과의 지속가능성을 저하시킴에 따라 투자자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위해서는 투자자의 행태와 투자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이후 테마주, 급등주 쏠림 현상이 강화됐으며, 테마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지속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투자대상을 단기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기업가치에 기반한 중장기적 투자가 아니라 대외이슈에 따른 주가 상승 차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 투기적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셜미디어, 온라인 플랫폼 통한 새로운 금융사기 노출 확대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투자정보 채널로서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동학개미 운동 이후 핀플루언서(Financial + Influencer), 투자리딩방 등이 급격히 성장했으며 이들은 다양한 투자의견 제시, 지식 공유, 양방향 소통을 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다는 것.

수만~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핀플루언서 및 투자방 운영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허위정보 확산, 유명세를 활용한 사기 등의 부작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투자 리딩방을 통한 사기는 선행매매뿐만이 아니라 상장 예정이 없는 비상장 기업이 조만간 상장할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투자자를 속이는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 성숙한 개미들의 행진 위한 선결 과제

보고서는 “확대된 개인투자자를 기반으로 국내 증시가 활성화되고 개인투자자의 안정적인 중장기 자산 형성을 위해 성숙한 투자 문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핀플루언서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등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금융상품/서비스 홍보에 대한 지침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금융회사는 △개인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과 안전한 거래를 위한 투자정보(자문)서비스 제공을 통해 건전한 투자 문화 형성에 기여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객관적인 투자 정보 및 투자 가이드 마련 △다변화된 투자자 연령대 및 투자경험을 고려해 유형별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특정 정보 및 종목에 매몰되는 투자 습관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유명인 및 지인을 통해 확보한 불완전한 정보에 대한 과신을 경계하고 단기 차익을 노린 '몰빵'투자를 지양하는 한편, 다양한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 투자 습관을 형성해야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