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운영 개선이 이뤄질때까지 해당 게임 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서약 참가자 모집도 병행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운영 개선이 이뤄질때까지 해당 게임 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서약 참가자 모집도 병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였다. 넥슨을 제외한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면서 '3N'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됐고,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법적 다툼도 치열해졌다. 젠더 논란이 또 한번 불거져 업계를 흔들어놓았다. 신작으로 분위기를 바꾸려던 계획마저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코앞…체감 변화는 '글쎄'

지난 2월27일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기존 주요 게임사들의 수익원(BM)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가 골자다. 게임사들은 서비스 중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게임물과 홈페이지, 광고 및 선전물에 표시해야 한다. 만약 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릴 경우 정부가 시정 권고·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불복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의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시행령을 발표했고, 이달 중순까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발은 따로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3월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온 이용자들이 확률 공개 여부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게임사 역시 주요 BM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끝나지 않는 보릿고개, 신작마저 '기대치 하회'

올 한해는 주요 게임사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넥슨이 기존 작품의 꾸준한 성적으로 독주를 이어갔고, 후발 주자였던 크래프톤이 글로벌 성적을 기반으로 엔씨를 넘어섰다. 위메이드도 지난 3분기 기준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 4월 출시한 신작이 흥행하면서 위기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다. 

이처럼 게임사 매출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로 분류되던 게임사의 기존 판세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게임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던 엔씨마저도 주요 매출원이었던 '리니지 형제'의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리니지 의존도가 큰 상황인 만큼 뼈아픈 실적이다. 넷마블도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23'에 방문한 게이머들이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조현선 기자]
지난달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23'에 방문한 게이머들이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조현선 기자]

저작권 분쟁, 2024년에도 ing

저작권 이슈도 이어지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21년 웹젠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엔씨소프트와 웹젠과의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엔씨가 승소하자 웹젠이 즉각 항소했다. 엔씨도 손해배상금 청구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맞불을 놓으면서 양사의 법적 싸움은 기약없이 이어지게 됐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와의 저작권 분쟁이 한창이다. 넥슨은 앞서 아이언메이스의 A씨가 자사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했던 미출시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며 2021년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경찰이 지난 3월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아이언메이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넥슨은 지난 4월 법원에 다크앤다커의 국내 서비스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법원은 아직까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됐다. 크래프톤은 "향후 나올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고 존중하겠다"면서도 지난 11월 열린 지스타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넥슨과의 법적 분쟁을 고려해 '원스토어'에 입점시키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을 빚은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 속 한 장면. [사진=넥슨]
논란을 빚은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 속 한 장면. [사진=넥슨]

게임업계에 또 한 번 불어온 '젠더 갈등'

지난 11월에는 또 성별 혐오 논란이 제기됐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에 '집게 손가락' 모양의 남성 혐오 표현이 게시됐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하청업체인 스튜디오뿌리 소속의 직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성 혐오 관련 게시글을 수차례 올린 것이 알려지자 논란은 더 커졌다. 스튜디오뿌리가 제작한 다른 자사 게임 영상에서도 집게손가락 관련 콘텐츠가 발견되자 즉시 해당 영상을 내리고 긴급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튜디오뿌리 역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게임업계 모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유저는 펄어비스의 PC MMORPG '검은사막'에 등장하는 아이템 '흑정령의 발톱'이 집게손가락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아이템은 2015년 등장한 아이템이다. 위메이드가 커넥트하고 코드캣이 개발 중인 액션 RPG '로스트소드'는 출시 전 홍보 영상에도 해당 제스쳐가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사 모두 "일부 부적절한 표현들에 대해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유저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성별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게임 산업의 주 고객층으로 꼽히는 일부 남성들로부터 '반페미니즘 기조'를 게임사의 사과로 하여금 이를 확인받는 듯한 행위가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여성 유저들사이에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 산업의 주요 고객층으로 꼽히는 남성 유저들을 의식해 재빠르게 사과한 점에 대해 '불매' 움직임도 나타났다. 여성 단체 역시 넥슨 사옥 앞에서 관련 시위를 이어갔다. 

논란이 터진 후 한 달, 이제서야 잠잠해진 분위기다. 그러나 여성단체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란을 언급하면서 게임업계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혐오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유저들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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