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조현선 기자］애플이 자국에서의 애플워치 판매 제한 조치를 받게 됐다. 미국 정부가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애플워치의 일부 최신 기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다.

26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ITC의 결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애플이 미국 의료기기업체 마시모의 혈중 산소농도 측정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 9월 출시된 애플워치9 시리즈와 울트라2 등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 처분을 내렸다. 출시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출시된 애플워치6 시리즈에 해당 기능을 최초 도입한 이후 차기 제품에 이를 지속적으로 적용해 왔으나, 매년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이전 모델은 단종 조치 됐다.

이후 USTR이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아 추가 검토한 결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날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이날부터 중국에서 생산된 최신 애플워치 2종을 미국에 들여올 수 없게 됐다. 애플은 중국 등 해외에서 애플워치를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 내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애플은 수입 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인 지난 21일 온라인, 25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애플워치 공급을 순차적으로 중단시킨 바 있다. 단, 아마존·베스트바이 및 월마트 등에서 미리 구매해 둔 재고는 소진 시까지 판매가 이어질 전망이다.

애플은 ITC의 결정에 불복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ITC의 결정과 이에 따른 수입 금지명령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우리는 애플워치9 시리즈와 울트라2 등을 미국 내 고객에게 가능한 빨리 제공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장 애플워치의 판매가 중단되더라도 즉각적인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애플의 전체 매출 중 애플워치를 포함하는 웨어러블, 홈 및 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93억 달러(12조574억원)로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에어팟 등의 실적을 합산한 것이며, 미국 내 매출 비중만을 계산할 경우엔 더욱 줄어들 뿐더러 국내 등 미국 외 지역에서의 판매는 지속된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애플의 주요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출하량 기준 1억3000만대 수준으로 추산됐다. 제조사별 점유율은 △애플 32% △삼성전자 10% △화웨이 7% △가민 4% △핏빗 1% 등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빈 자리를 노리고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사는 헬스 케어 기능을 앞세워 앞서거니 뒷서거니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럭시워치6는 삼성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바탕으로 수면 관리, 피트니스, 심장 건강 관리 기능 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또 수면의 질을 분석해 '수면 점수'로 알려주고, 개인의 신체 능력에 따라 달리기 시 심박수 구간을 맞춰 측정해 주는 피트니스 기능도 포함됐다.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을 통한 수면 중 무호흡 조기 발견,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IHRN) 기능 등 건강과 직결되는 기능도 추가됐다. 피부 온도 측정을 통해 여성의 생리주기까지 예측해 준다. 

또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워치6 시리즈를 최대 80달러 할인 판매 중이며, 제품 구매 시 기존 워치를 반납하면 최대 250달러를 돌려 주는 보상정책도 시행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는 1월 애플의 본거지인 산토세에서 '갤럭시 언팩'을 열고 생성형 AI(인공지능)가 탑재된 플래그십급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만년 2위'인 삼성전자가 갤럭시 생태계 확장으로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애플은 현재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등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