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SM타운에 설치된 5G 서비스 광고 (사진=뉴시스)
강남구 SM타운에 설치된 5G 서비스 광고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2023년 통신업계의 화두는 가계 통신비 인하였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가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해 약 1년여 간 씨름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의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5G 상용화 이후 약 4년, 시장 정체 및 통신비 인하의 여파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통신업계는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 이동통신3사에 대해 '카르텔'이라고 칭하는 등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3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7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11월에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골라쓰는' 데이터 요금제도 등장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및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의 골자는 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와의 협의를 통해 5G 요금제를 세분화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중간요금제'를 신설해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했고, 알뜰폰 5G 요금제와 선납형 온라인 요금제 출시를 장려했다. 이에따라 SK텔레콤의 요금제는 20→45종, KT는 22→34종, LG유플러스는 22→45종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온라인 전용 요금제 '너겟'을 통해 고객들이 실제 사용량에 맞게 자유로운 요금제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말기와 무관하게 LTE·5G 요금제도 구분없이 사용하도록 했다. 앞서 이동통신사를 통해 5G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LTE 요금제를 이용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 LG유플러스도 내년 1월19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경우 3사 모두 요금제 가입 제한 없이 교차 가입할 수 있게 된다.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약 4년여 만의 조치다. 

이통사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도 통신비 인하 정책에 동참했다. 가계통신비 상승 원인에 고가의 단말기 영향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KT 전용 중저가 단말기 '갤럭시 점프3'을 출시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갤럭시S23 FE' 제품을 국내 출시하는 등 갤럭시 S23 FE(팬에디션)'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애플에도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28㎓ 주파수 신규 입찰…제4이동통신사 등장할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이동통신3사는 5G 28㎓ 주파수 대역에 대한 사업권을 모두 잃게 됐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5G 주파수 최초 할당 당시 이통3사에 부과한 기지국 장치 구축 조건 미이행으로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취소 처분을 면했던 SK텔레콤에는 이달 말까지 당초 할당 조건 이행을 요구했지만 SKT 역시 할당 조건 미이행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해당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취소 처분이 확정됐다. 이로써 지난해 말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KT, LG유플러스에 이어 국내 이동통신3사 모두 주파수 이용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반납 처분을 받게 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8㎓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했다.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할당 대가를 대폭 낮추고, 지역 단위도 분할하는 등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위해 '당근책'을 내놨다. 당초 정부가 통신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를 가로막는 주범이 통신3사의 과점 체제로 본 것과 부합한다. 그 결과 19일까지 진행된 5G 28㎓ 신규 사업자 전국 단위 주파수 할당 신청에 세종텔레콤과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 컨소시엄 '마이모바일' 등 세 곳이 신청서를 냈다. 이번에도 대기업과 거대 플랫폼사의 참여는 없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한 최소 재무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분위기다. 신규 사업자가 통신3사 대비 더 낮은 가격으로 더 월등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통신3사의 굳건한 시장 장악력을 제압할 거라는데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실제로 전 정부에서도 제4이동통신사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줄곧 실패했다. 

SKT·KT·LG유플러스의 '지각변동'…AI 돌파구 모색

기존 SKT와 KT, LG유플러스 순으로 고착화돼 있던 업계 구조에도 이변이 생겼다. 시장을 선두하는 SK텔레콤은 입지를 단단히 했지만 KT는 지난 9월 '만년 3위' LG유플러스로부터 무선가입자 회선 수에서 밀리게 됐다. 당시 KT는 IoT 회선(사물)이 포함된 결과라며 과기정통부에 가입자(사람) 기반과 사물 기반의 기준을 분리해 집계해 달라고 반발했다. LG유플러스는 KT 또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줄곧 해당 기준대로 집계돼 왔다고 맞섰다. 단, IoT 회선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 알뜰폰(MVNO) 회선을 포함할 경우 KT가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통신비 인하 기조가 이어지자 통신3사의 '앓는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SK텔레콤 2만9913원 △KT 3만3838원 △LG유플러스 2만7300원이다. KT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SK텔레콤은 2.3%, LG유플러스는 6.4% 각각 줄었다. 5G 대중화와 알뜰폰 가입자 증가, 통신비 인하 정책 등이 매출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통신3사는 본업인 통신사업에 대한 수익이 점차 낮아지자 인공지능(AI)·콘텐츠 사업 강화 등 '탈(脫)통신'을 외치며 비통신 사업 키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AI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SK텔레콤은 AI 중심의 4대 사업부 체계를 구축해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강조하고 있고, KT는 지난 10월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한 데 이어 김영섭 사장 취임 이후 첫 인사 개편을 통해 AI 핵심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혁신부문과 CTO를 신설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전병기 AI·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관련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 '익시젠' 발표를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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