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이어 현물 ETF도 승인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사진=뉴시스]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이어 현물 ETF도 승인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이어 현물 ETF도 승인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진입함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개발도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주요국의 CBDC 실증 실험도 본격화되며 상용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1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하나Knowledge+ 1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약 101개국에서 CBDC 도입을 검토 중이며, 특히 최근 들어 단순기초 연구를 넘어서 실증사업과 발행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적극적인 상용화 실험과 함께 2029년 본원통화의 15% 이상을 CBDC로 발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석영 수석연구원은 “BIS, IMF 등 글로벌 금융기관 수장 역시 최근 각국의 CBDC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CBDC 연구 자체가 비트코인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디지털 지급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최근 10만명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CBDC 소매 실증 실험 계획을 발표, CBDC의 상용화 기대감이 국내에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은행간 CBDC(도매용) 실험을 완료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CBDC 소매 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의미하며, 디지털 기반의 가치저장과 이용자 간 자금이체에 기반하는 특징을 지녔다. 또한 원화 등 법적화폐(법화)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으나, 일반적인 법화와 달리 그 가치와 기능이 블록체인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신석영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최근 CBDC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로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기회를 선점하는 동시에, 빅테크 독점을 비롯한 디지털 경제의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경제에서 CBDC를 비롯한 디지털 화폐와 자산의 역할은 필수적이며 이로 인한 새로운 기회와 위험(risk)이 촉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활용사례 및 세부 계획에 대한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활용사례 및 세부 계획에 대한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투자은행 'Bernstein'에 따르면 2028년 약 3조 달러가 CBDC 등의 형태로 토큰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CBDC 상용화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통제와 기존 화폐 시스템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금융사는 역내 및 역외(국경간) 결제, 관련 생태계구축을 중심으로 CBDC 기반의 금융 사업모델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역내 지급결제는 CBDC(도매)를 담보로 발행되는 예금토큰을 CBDC 소매 유통수단으로 활용, 탄소배출권 구매를 비롯한 역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경간 결제는 2022년 4개국 중앙은행(중국, 홍콩, 태국, UAE) 간 CBDC 결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됐으며, 기존 국경간 결제 대비 효율성을 확인했다.

생태계 구축은 MUFG, Mizuho 등 일본 주요 금융사는 합작회사 ‘Progmat’를 설립하고 토큰증권, NFT, CBDC 등 디지털 자산의 발행 및 연동,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

Progmat는 자사 중심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독자적 토큰자산 발행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ODX(오사카 디지털 거래소) 등 유관 거래소와의 연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석영 수석연구원은 “CBDC의 확산은 현금 및 카드 없는 사회를 가속화하는 한편, 개인 맞춤형 금융, 자산 간 연결에 기초한 신금융 서비스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CBDC는 위조화폐, 분실 등 기존 현금의 단점을 극복하며 현금 없는 사회를 가속화시키고, 지급결제 영역을 중심으로 카드 시장 역시 잠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삼성페이 등 모바일 간편 결제와 소비자 경험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CBDC와 전자지갑의 확산은 신용카드의 지급결제 기능을 더욱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신석영 수석연구원은 “CBDC는 전자지갑과 보완재적 관계를 갖고 있다”며 “CBDC의 확산은 전자지갑과 AI, 마이데이터가 연계된 개인 맞춤형 금융을 본격화시킬 가능성도 대두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진입함에 따라 자본시장에 미래 화폐인 디지털 화폐가 일상에서 사용될 날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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