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은 탄소중립 이행 및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극심한 업황 악화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열분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와 생산시설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플라스틱 재활용은 탄소중립 이행 및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극심한 업황 악화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열분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와 생산시설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시안= 이태영 기자]플라스틱 재활용은 탄소중립 이행 및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재활용 플라스틱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들은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초기 원료 상태로 회수가 가능해 범용성이 높은 ‘도시유전’으로 불리는 플라스틱 열분해유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월간 산업 이슈 2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산업이며 사용 후 분해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 생산 및 배출 확대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지만, 이를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현재 물리적 재활용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편 화학적 재활용은 초기 단계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안혜영 연구위원은 “최근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재생원료 사용 확대에 나서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및 미국 일부 주는 2025년부터 플라스틱 재생원료 25% 이상 사용을 의무화했고, 한국도 대형 생산업체(페트 연 1만톤 이상 생산)에 한해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코카콜라 아디다스 네슬레 유니레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의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2025년부터 25~50% 수준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의 경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리적 재활용 시장에서 투입 원료 확보 문제로 생산이 제한되고 있어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는 약 9600만톤으로 예상되나,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량은 2700만톤에 불과해 향후 공급 부족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이처럼 재활용 플라스틱의 공급 부족 심화가 예상되자,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들은 범용성이 높은 플라스틱 열분해유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열분해유는 고온으로 분해하므로 물리적 재활용에서 사용 불가한 오염된 플라스틱도 원료로 이용 가능하며 기초 소재인 나프타부터 다양한 플라스틱 원료의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은 상업화 초기 단계로 시장 규모는 물리적 재활용 시장 대비 협소하나,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것.

열분해유를 포함한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6~1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정유사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에서는 정유 석유화학 기업이 각국의 플라스틱 관련 환경 규제 대응 및 자사의 지속가능경영 강화를 위해 플라스틱 열분해 사업을 비롯한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라는 것.

특히 극심한 업황 악화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열분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와 생산시설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SK지오센트릭, LG화학,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석유화학 정유사는 열분해유 원천 기술 및 생산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열분해유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열분해유 사업에 진출한 석유화학 정유사는 원료 도입을 위해 지자체 및 중소 재활용 기업과 제휴하는 한편, 재생 플라스틱 수요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열분해유 시장의 밸류체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S-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대한블루에너지울산, 한국에코에너지 등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으로부터 열분해유를 공급받아 이를 자사 정유 화학 공정에 투입해 재생 납사 및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LG화학·SK지오센트릭은 서울시와 ‘제로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위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 업무협약도 체결, 서울시에서 발생한 폐비닐 열분해 원료로 투입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정유사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을 통해 본업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원료로 투입하고 플라스틱 제품의 재생산이 이뤄지면서 기존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반복된다면 이를 통해 진정한 순환경제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도 열분해 사업 확대를 위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등 지원이 나섰다. 탄소감축과 미래 성장시장인 열분해유 시장 선점을 위해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통해 열분해유 재활용에 필요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 개선과 지원책을 확대했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열분해유 생산규모가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할수록 기술력과 생산능력 외에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어서 참여 기업들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은 기존 물리적 재활용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며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기업들은 원료 확보 탄소저감 안전성 검증 및 오염물질 처리 등의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안혜영 연구위원은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이 확대될 경우 투입 원료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므로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과의 협력, 자체 폐플라스틱/폐비닐 회수 시스템 도입을 통한 원료 확보 능력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 국내 재활용 시장 내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시멘트 업종에 투입되고 있어, 열분해 시장 확대시 원료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는 소각 처리 대비 탄소발생량이 낮지만, 고온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탄소감축 효과가 저감될 수 있으므로 열분해 공정에 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탄소저감을 위한 대응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소량 생산 시 나타나지 않던 잔재물의 발화/폭발 위험 오염물질 축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성 검증 및 오염물 처리 시설을 구축 등의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며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에서 참여 기업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맞는 대응 역량 확보와 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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