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생명의 부동산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삼성생명의 투자손실이 우려되는 이유다.

2월 재벌닷컴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자산 순위 10대 그룹 상장사 중 가장 많은 투자부동산을 갖고 있다. 공시지가 기준 토지 1조 9570억 원, 건물 2조 4257억 원 등 총 4조 3827억 원의 부동산을 보유해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2조 453억 원으로 2위인 한화생명보다도 2배 이상 많다.

금융권의 저금리 상태가 지속돼 투자처가 없어지자 부동산 투기를 통해 이익을 내고자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임대수익은 2011년 2603억 원에서 지난해 2879억 원으로 10.6%나 증가했다.

문제는 임대수익 때문에 처분 시기를 놓쳐 부동산 자체가 하락했다는 데 있다. 수익을 내고자 투자한 투자금 자체에 빨간불이 켜진 것.

수천억을 쏟아 부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에 부딪히는가 하면 대규모 개발을 노린 삼성동 한국감정원 부지까지 삼성생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삼성동 부동산 개발 계획까지 타격을 입게 된 것.

삼성생명은 한국감정원이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내놓은 부지 3324평과 연면적 9518평의 건물을 2328억 원에 매입했다. 낙찰가액은 평당 7000만 원 정도다.

개발 계획의 무산뿐 아니라 부지매입비용 2328억 원에 대한 이자만 90억 원대에 이르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의 부동산 사업 난항은 지난해 상반기 손실충당금 365억 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 두고 삼성생명이 ‘땅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새어나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객 자산을 관리, 운용하는 보험사 업무 특성상 위험성 높은 부동산 투자에 투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에 목적을 둔 부동산 투자가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은 하방 위험성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자산운용 건전성 차원에서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 규모를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연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 대해 “땅이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은행 수익률이 3%밖에 되지 않아 투자는 커녕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고객들의 수익률을 올려주기 위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너家 입김에 힘 잃은 박 부회장의 경영능력

부동산 투기로 손실이 나고 있음에도 부동산 투자를 늘리자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영능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전관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삼성카드 대표이사 등의 요직을 거친 전형적 ‘삼성맨’이다. 지난해 연말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나란히 승진할 만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삼성 오너 일가가 아닌 이유로 오너의 입김에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박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그늘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며 “무리한 부동산 투자 역시 눈치가 보이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총체적 난국을 맞은 삼성생명의 대처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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