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봄날인데 법원에 끌려오니 기분은 좋지 않다. 시대가 아직 이 정도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저도 억울한 사람들을 보도하는 사람이었는데 유감스럽다. 제가 보도한 게 박지만 박근혜 친척 간의 살인사건인데 박근혜 박지만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2년 넘게 열심히 취재해서 충실하게 보도했다. 그 어떤 기사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사실 위협도 많이 받았다. 살해 위협도 많았다. 하지만 보도했고 기자로서 열심히 했다. 그게 죄가 된다면, 시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제가 제 개인을 위해서 돈을 벌겠다고 출세하겠다고 기자질 하지 않았다. 여러분처럼 취재하고 보도해야하는데 제가 취재를 당하고 있어서 얼마나 낭비고 안타까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폭기사 열심히 쓰고 종교기사 써서 협박 많이 받았는데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무서웠다. 살해당한 사람의 부인이 저에게 전화해서 더 이상 취재하시면 신변이 위험하니 참아 달라 했다. 어제는 제보자가 감옥에 들어가면 목숨은 안전할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으라고 얘기했다. 저를 지지하는 분들께는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놀고 계십시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좋은 봄날인데 미워할 시간도 마약할 시간도 없어요. 그러니 노여움을 내려놓고 봄인데 즐기시라고, 괜히 윤창중 사건에 빠져 계시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전,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법원 앞에 나와 있던 기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14일 오전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정봉주 전 국회의원,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 심사에 출석했다.

앞서 주 기자는 시사IN 273호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가 5촌 조카 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박지만 씨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주 기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반적으로 모든 수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지만, 피고인이 도망갈 우려가 크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할 수 있다.

주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엄상필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서울중앙지법 321호에서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검찰의 구속수사 요구 부당"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주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의 구속수사 요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 기자는 네 번에 걸쳐 성실히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며 “네 번이나 소환해 조사해놓고 ‘증거 인멸’을 구실로 삼는 것도, 검찰 조사를 위해 해외 취재 중에 일부러 귀국했는데도 ‘도주 우려’를 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고 있는 기자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곧 올바른 보도를 하겠다는 다른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MB정부 시절 유일하게 구속됐던 언론인 노종면 전 YTN기자도 참석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권력에 꼬리를 치려는 검찰의 시도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MB정부 때의 검찰을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이후 예상되는 언론에 대한 탄압도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모인 사람들은 “주 기자가 있어야할 곳은 서울 구치소가 아닌 취재현장”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 같은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외신들도 보도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윤창중 스캔들’ 등의 사건으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한국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뉴욕타임스는 주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프랑스 유력 시사주간지인 렉스프레스도 “한국에서 언론 자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이미 타격을 받았다”며 “박근혜가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모(당시 50세)씨가 사촌형 박모(당시 52세)씨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 2011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종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주 기자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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