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3000억 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금융당국에 6일 적발됐다. 해당 은행들은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날 자진 출석한 직원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협력업체 관계자들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 씨와 협력업체 N사 대표 등은 통신장비를 납품 받지 않았으면서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수천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N사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로 들어갔다.

N사는 2008년~ 2010년 삼성전자 등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해 KT ENS에 납품하고 받은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해왔다. SPC는 이 채권을 근거로 국내 금융사에서 100여 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았고 현재 남은 대출금 잔액이 3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출된 거액의 금액은 다른 은행의 대출금 상환에 사용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저축은행이 취급한 대출이 한도 초과한 사실을 적발한 뒤 서면 검사를 하던 중 대출 사기 혐의를 적발하게 됐다.

피해규모는 하나은행이 1624억 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국민은행이 각각 298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BS금융, OSB, 현대저축은행은 각각 100~250억 원대 의 피해를 입는 등 10여곳의 저축은행이 800억 원 가량 대출을 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납품 물건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지급인이 KT자회사라면 누구라도 믿고 대출해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SPC가 제출했던 대출서류인 채권양도 확인서에는 KT ENS의 인감으로 보이는 도장이 찍혀있다고 박세춘 금융감독원장은 밝혔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KT ENS에 해당사의 매출채권이 맞는지에 대한 확인 후 대출을 취급했다며 일차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한 KT ENS에 위조 여부 등의 검증과 변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KT ENS측은 금융사가 주장하는 매출 채권 자체를 부정하고 지급보증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수사를 의뢰받은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KT ENS 직원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사기와 사문서 위조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련서류가 정밀하게 위조된 점, KT ENS 징원이 영업 직원이 아닌 점, 명예 퇴직 대상인데도 퇴직시키지 못한 점 등 때문에 이석채 전 KT 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최초로 대출받은 금액이 어디에 사용됐는지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추측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