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sisazum=이민정 기자)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3) 병장이 조준사격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임 병장은 분노에 휩싸여 총을 쐈다고 진술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현장검증하고 있는 임 병장 ⓒ뉴시스

임 병장은 8일 육군 중앙수사단의 현장검증에 나서 전투복에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체포 직전 자해를 시도하다 총상을 입은 후 수술을 받은 탓인지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담담하게 사건 당시를 회상하던 임 병장은 수사관이 수류탄을 던진 GOP 인근 보급로 삼거리에서 '누가 모여 있었느냐, 주변이 당시 잘 보였느냐'는 질문을 하자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며 감정이 격해지는 듯 제대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는 수사단 관계자가 몇 발을 쐈냐고 물었지만 "그냥 여러 발 쐈습니다. (흙길로 간 것은) 막길이 빨라서"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임 병장의 요청으로 현장검증을 촬영하던 취재진이 잠시 물러서야 했다.
 
그러던 임 병장은 흙길을 밟으며 소초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탄창까지 갈아 끼우며 부대원들을 향해 총을 쐈다. 이 장면은 초소 앞 CC(폐쇄회로)TV에 그대로 잡혔고 임 병장도 이를 시인했다.
 
그러면서 임 병장은 초소를 뒤로 하고 달려오던 중 수류탄을 던지고 도주하는 동료들에게 사격을 하던 상황을 묵묵히 재연했다.
 
이 과정에서 임 병장은 사건 당시 생활관 주변에서 부대원들이 저항했다는 것도 밝혔다. 그는 "병사 2∼3명이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고 총을 2∼3발 쏜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임 병장의 언급대로 총기 난사가 있었던 생활관 주변은 당시의 참상을 증명하듯 혈흔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조용하게 현장검증을 바라봤다. 하지만 혈흔이 아직도 남아있는 생활관에서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생활관 주변을 둘러보던 임 병장은 "김모 상병이 총을 들고 있었고 내가 먼저 1발을 조준사격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생활관 내에서 희생당한 이들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고 있어서 (총을 쏜 게) 누구인지 확실히 모르겠다"며 "(총을 쏜 것은) 분노에 휩싸여 있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 20여명 외에도 임 병장의 변호인 3명과 군 수사단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군은 이번 현장 검증과 진술을 토대로 임 병장을 상관 살해와 군무이탈 등의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편 육군 중앙수사단은 지난 6일 해당 소초장인 강모 중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군 관계자는 "소초장 강모 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8군단 검찰에 신청했다"며 "군 검찰이 보통군사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