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sisazum=이석구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난 외부 기관장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였다. 
 
▲ 대화하는 최경환 장관-이주열 총재 ⓒ뉴시스

최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상황을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은과 경제팀이 서로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더욱 자주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두 거시경제 정책 담당 기관이 인식을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양 기관 수장의 만남은 금리 인하를 둘러싼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새로 취임하면 상견례의 형식을 빌어 회동을 갖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지난 4월 이 총재가 취임할 당시에도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가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한은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기회복 의지를 불태우며 한은의 협조를 구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달라는 것이다. 이 총재도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 장기화, 원화 가치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할 것"이라고 경기를 진단했다. 
 
다만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주관하는 기재부와 통화신용정책을 맡고 있는 한은 사이에는 늘 '긴장' 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은은 실세 부총리의 등장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한은의 독립성 유지에 적잖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다. 최 부총리도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문한 적은 없다. 이날 회동이 끝난 이후에도 최 부총리는 "금리의 '금'자도 얘기가 안 나왔다"며 "(금리 결정은) 한은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 압력을 펼쳤다. 그는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은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라고 밝혔다. 
 
반면 이 총재는 일단 금리 인하 공세를 차단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특정 부문의 가계부채 취약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득에 대한 가계 부채 수준을 완만히 줄여나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의 이면을 짚었다. 이 총재는 또 "최 부총리도 기준금리가 금통위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생각을 유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대응했다. 
 
이에 따라 8월 금통위가 관심을 끈다. 금리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공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달 금통위에서는 1년 넘게 이어져 오던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깨졌다. 금통위원 한 사람의 소수의견은 인상보다는 인하로 추정된다. 
 
전문가 및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분기 까지만 해도 연내 동결 혹은 하반기 한 차례 인상이 우세하다고 전망했지만 이들 역시 최근들어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4.0%→3.8%)에 따라 금리인하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금리를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BNP파리바, 크레딧 스위스, HSBC, JP모건 등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추세적 경기회복을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시티그룹, 노무라, 소시에테 제네랄 등은 8월 중 한 차례 인하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는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무라의 경우 8월 인하에도 내수회복세가 약할 경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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