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공단의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을 두고 미묘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좌측은 정진엽 복지부 장관, 오른쪽은 최광 공단 이사장. ⓒ뉴시스
(뉴시안,newsian=이석구 기자)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을 두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국민연금공단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광 이사장은 지난 12일 홍완선 본부장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홍 본부장은 11월3일로 2년의 임기가 끝난다. 규정상 임기를 1년 연장할 수 있지만 비연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공단측이 복지부와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협의하던 중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차례 최 이사장에게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의 '연임 불가' 통보는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충돌에서 빚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 본부장은 그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를 놓고 최 이사장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어내 공사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개편안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홍 본부장은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현재의 체계에서도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제도(국민연금공단)와 기금(기금운용본부)이 같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기금 공사화, 즉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금융투자협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는 "제3의 조직이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논리상 맞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 결정 권한을 놓고서도 양측의 이견을 보여 절차의 정당성 시비도 일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과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사의 임면은 공단 이사장의 제청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연임 절차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다.

공단 측은 '임면권자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공운법 28조 2항를 근거로 들고 있다. 같은 법 26조 2항에는 준정부기관의 상임이사는 해당 기관의 장이 임명한다고 명시하는 등 임원의 임면권자를 공공기관의 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라고 규정했다. 또 공운법은 '공공기관에 대해 다른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이 법(공운법)을 우선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공운법에 따라 임명권자가 공단 이사장이라고 하더라도 복지부 장관의 승인은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운법은 26조 2항은 '다른 법령(국민연금법)에서 상임이사에 대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두도록 정했으면 상임이사의 추천에 관해서는 그 법령을 따른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법(31조6항)은 기금이사 계약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 중인 과정에서 최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상임이사)의 연임 불가를 통보한 것은 법적 절차를 떠나 신뢰 관계를 깨뜨린 것"이라며 "사실 관계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