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노은지 편집 자문위원/KBS 기상 캐스터] 날씨가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이달 초 서울의 아침기온이 0℃안팎까지 내려가면서 벚꽃 축제에 패딩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지난 주말엔 동해안과 남부지방이 30℃안팎까지 올라 반소매를 입고도 더웠습니다. 달력은 4월인데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기도 하고, 여름옷을 서둘러 꺼내 입기도 했습니다.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여름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온을 쑥쑥 올렸던 남서풍 때문인데요. 이 남서풍은 따뜻하고 습기를 많이 품고 있는데,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 마치 여름비처럼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제주도 진달래 밭에는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요. 내일까지 제주 산지엔 150mm이상, 제주도와 동해안, 남해안엔 30-80, 그 밖의 대부분 지역엔 10-50mm의 비가 더 내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부침개가 생각나는데요. 으레 ‘비오는 날=부침개’라고 공식처럼 생각하지만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당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엔 왜 부침개가 먹고 싶을까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의 연구를 보면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먹고 싶은 이유는, 부침개를 부칠 때 나는 소리와 빗소리의 진폭, 주파수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넣었을 때 ‘치익~’ 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가 비슷하고, 부침개 기름이 튀는 소리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유사한데요.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중에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연상돼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는 거죠.
 
 소리 뿐 아니라 냄새 때문이기도 한데요. 비가 오고 습도가 높은 날엔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꽃향기는 비 오기 전 가장 짙다>라는 옛말처럼 습도가 높은 날엔 냄새가 짙어지는데요. 맑은 날엔 냄새가 쉽게 퍼져 없어지지만 습도가 높으면 냄새 분자의 속도가 느려져 냄새가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부침개 냄새는 유난히 짙고 고소해 더 먹고 싶어지는 겁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 부침개 가게를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퇴근길에도 비가 오는 곳이 있겠는데요. 서쪽지역에선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겠지만 비는 내일 오후나 되어서야 모두 그치겠습니다. 내일까지 많은 비가 예상돼 비피해가 없도록 대비를 해두셔야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빗소리와 함께 지글지글 부침개 부치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여유로운 월요일 저녁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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