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으로부터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총 22억 623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청탁 당사자인 이 전 회장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으로부터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총 22억 623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청탁 당사자인 이 전 회장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금품을 받은 일시와 대상, 장소 등이 세세하게 적힌 ‘이팔성 비망록’이 공개됐다. 메모가 상상이상으로 구체적인 탓에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7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검찰 비망록을 공개했다.

비망록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사청탁과 금전공여를 둘러싼 경위, 당시의 심경 등이 날짜별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이 전 회장으로부터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총 22억 623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청탁 당사자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 인사에게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 임명 등을 비롯해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2007년 1월~2008년 4월까지 이 전 회장의 청탁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9억 6230만원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10년 12월~2011년 2월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연임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특가법상 뇌물죄 가중처벌 조항에 따르면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재판부가 비망록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 전 회장을 ‘메모광’이라고 볼 정도로 비망록의 내용은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3월~4월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비망록에 써놓은 날짜는 ‘3월 7일, 14일, 4월3일, 11일, 16일, 18일’이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해보니 시간대까지 맞다”며 “매일 기록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로 정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2월 9일에는 ‘여행. 게이오 백화점에서 화장품 샀음’이라고도 적었는데 이 역시 실제 대한항공 탑승 기록을 확인한 결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화장품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망록엔 3월 26일자로 ‘김윤옥 여사님 생신. 김희중 비서관 통해 일본 여행 중 산 시세이도 코스메틱 16만엔 선물로 보냄’이라고 나와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의견 개진 절차는 10일에 진행

재판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가 공개되자 이 전 대통령 측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변호인단은 재판을 시작할 당시 검찰의 증거에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는데 자충수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비망록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트리는 것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심지어 자신의 집사로까지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조차 전면 부인하면서 경도 인지장애 등 정신적 문제가 의심스럽다고 공격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삼성의 소송비 대납, 김소남 전 의원 공천 헌금 등을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조서에 담긴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의 4억원 뇌물수수 혐의 내용에 대해 “김 전 기획관이 80세 고령인데 구속 후 7일 연속으로 매일 10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았다”며 “올해 4월 체력저하, 불안 등으로 의료 상담을 한 기록도 있던데 정확한 기억에 의한 진술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김 전 비서관 재판에서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5000만원이 담긴 검은 비닐봉투를 청와대로 가지고 들어오면서 “난 총무기획관이라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 진술과 관련, 강 변호사는 “청와대 영풍문을 들어올 땐 총무기획관이 아니라 민정수석도 엑스레이를 통과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지난 6월 15일 공판에서는 서울시장 시절 공관에서 다스(DAS)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이 계단에 오르면 삐거덕 소리가 나는 특징을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은 “공관에 안 와 봤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망록을 포함한 이 전 회장 관련 증거에 대한 이 전 대통령 측 의견 개진 절차는 다음 기일(10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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