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 (사진=뉴시스)
24일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 (사진=뉴시스)

[뉴시안=최성욱 기자] 코메디같은 상황이 국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분명 어이없이 헛웃음이 나오지만 조금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슬프기만 하다.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치열한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ㆍ보임을 막기 위한 방문이었고 문 의장은 이를 뚫고 나가려 했다. 

5분여 대치상황끝에 문의장은 "아무리 겁박해도 난 이자리에서 (사보임 관련) 답변할 수 없어"라고 말하며 나가려 하자 한국당 초선의원인 임이자 의원이 두 팔을 벌리며 문 의장을 막아섰다.

"손대면 성희롱이야"를 외치며 농구의 밀착방어처럼 다가선 임 의원은 한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했고 이에 문 의장은 임 의원의 양 볼부분에 손을 댔다 떼는 모습을 보였다. 

문의장은 방향을 돌려 다시 소파앞으로 오며 카메라를 향해 답답함을 호소했고 문 의장의 왼쪽에 서 있는 임 의원은 당황하거나 놀라운 표정없이 내내 서 있었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 맞습니까"라고 외치며 다시 나가려 하자 임 의원은 계속 막을지 여부를 묻는 듯한 시선으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바라보았다. 나 원내대표는 문의장의 등과 어깨에 손을 대며 "보내드려"라고 말했고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현장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잠시후 달라졌다. 

당일 오후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은 "동료 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 현장을 각종 매체에서 영상으로 담았기에 편집없는 영상을 시청하면 논란의 장면이 결코 성추행의 가해자와 피해자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피해를 입는 심각한 범죄이다.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는 여성의원이 원내대표인 제1야당이 여성 의원들을 도구화했다는 비난을 받게 만들 뿐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살짝만 스쳐도 치명상을 입은 것처럼 과장하는 자해공갈단의 수법을 응용"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자유한국당의 이채익 의원이 임 의원 지지발언은 한국당의 실체를 보여주는듯 하다며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 의원은 임 의원을 가르켜 "키 작은 사람은 항상 트라우마나 열등감이 있다. 결혼도 포기하면서 이곳까지 온 올드미스다"라며 "못난 임이자 의원같은 사람은 그렇게 모멸감을 주고 조롱해도 되느냐"는 발언을 했다. 성추행을 지적하는 발언으로 이보다 더 부적절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당 대변인 민경욱 의원 역시 "문 의장이 충격을 받았다며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쇼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혼여성 국회의원을 성추행해 놓고 자해공갈이라고 우기는 국회의장의 클래스"라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25일 한국당의 국회의장실 점거농성과 관련해 "국회의장을 모욕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대변인실은 한국당의 성추행 주장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자 공당으로서 스스로 권위와 품격을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한국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여성 단체들도 나섰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을 비롯한 37개 여성단체는 '미투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자유한국당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여성들의 용기로 주도된 미투운동의 정신과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여성운동이 수십 년의 역사에서 싸워온 성폭력 운동을 희화하며 정쟁의 도구로 폄하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적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성추행 프레임을 씌운 한국당의 목적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그 방식은 자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헐리우드 액션은 국민들 보기 부끄럽기만 하다.  

25일 한국당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문 의장은 오 의원을 사임시키고 그 자리에 채이배 의원을 임명하겠다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요청을 허가했다. 한국당이 과연 계속해서 성희롱 논란을 주장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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