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이석구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쟁이 특허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회사 최고경영진(CEO)이 회동을 가졌다. 동석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추석 연휴 직후인 이날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의미는 있으나 소송전에 대한 각 사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동의 중재자로 나선 산자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자부가 두 회사 간 소송전이 격화되며 중재에 나선 것은 맞지만 기업 CEO 회동 자리에 동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CEO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법적 대응을 하는 ‘투트랙 전략’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 방지, 피해배상 논의를 필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유출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대립각이 팽팽한 상황이다며 이번 협상이 무산되면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오너가 직접 나서 담판을 짓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계속 나온다.

앞서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지난 4월 자사 인력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빼내가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에서 낸 뒤 이달 3일 미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