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4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수감됐다. 지난 6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 4300여명에게 골프를 접대한 의혹을 받는 이 전 회장을 또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4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수감됐다. 지난 6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 4300여명에게 골프를 접대한 의혹을 받는 이 전 회장을 또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 시민단체가 올초 ‘황제보석’ 논란을 빚고 징역형을 살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또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의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이 전 회장과 김 전 실장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에 걸쳐 4300명에 달하는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접대받은 인사 중에는 청와대 전 비서실장, 법무부 전 장관 등 공직자도 포함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접대는 이 전 회장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 골프장에서 이뤄졌다”면서 “휘슬링락이 실질적으론 이 전 회장의 비리행위를 덮기 위한 로비 통로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MBC 스트레이트는 이 전 회장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 골프장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이름과 접대 일시, 금액이 담긴 ‘골프접대 리스트’를 보도했다. 당시 이 리스트에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전·현직 정관계 고위공직자가 대거 포함돼있었다. 

이들은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태광그룹이 왜 지금까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지, 이러한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지점이다”며 “이 전 회장이 황제보석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리스트와 연결돼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회장과 골프 접대를 함께 한 김기유 전 실장이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며 “검찰이 이 리스트를 수사하지 않는 이유가, 검찰과 이 리스트가 결부돼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세간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측은 “현재 이 전 회장은 대주주일 뿐 경영에 참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딱히 답변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2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을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사진=금융정의연대)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2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을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사진=금융정의연대)

앞서 이들은 지난 2016년에도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를 강요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이들은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티시스’와 ‘메르뱅’ 등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의 김치와 커피, 와인을 사들이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당시 흥국생명은 시중가 보다 비싼 김치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복지차원이라는 구실로 ‘김치 성과급’을 돌렸다. 티시스의 매출을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흥국생명이 지급한 식제품에 대한 세금까지 적용해 김치를 받은 직원이 세금까지 납부해야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그동안 흥국생명은 경영난을 이유로 3년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이 지분 51.02%, 아들 이현준씨(44.62%), 부인 신유나씨(2.18%), 딸 이현나씨(2.18%) 등 가족이 100% 보유한 회사다.

당시 계열사 간 강매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산업은 울산공장 하청업체에 ‘메르뱅 와인판매 협조’ 전자공문을 보내 구매액과 시기까지 지정해 와인을 사줄 것을 명시했다. 당시 한 병당 10만원에 거래됐다. 메르뱅은 부인 신유나씨(51%)와 딸 이현나씨(49%)가 100% 보유한 가족 회사이다.

현재 이 전 회장은 3년 징역형을 확정 받고 수용시설에 있다.

지난 2011년 1월 무자료거래, 허위 회계처리 등으로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하는 등 회사에 900억여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같은 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돼 8년 간 병보석 상태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그 와중 술과 담배를 마시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일자 지난 연말 다시 수감됐다. 

그는 결국 올해 6월 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다시 수감됐다. 대법원의 두 차례 파기환송 등 8년간 7차례 판결 끝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 회장은 2년 정도 더 수용시설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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