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프레시 포스터 이미지.(사진=한국야쿠르트)
하이프레시 포스터 이미지.(사진=한국야쿠르트)

[뉴시안=정창규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방판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배송직원(프레시 매니저·FM)들의 업무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유통·식품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의 새벽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면대면 저녁배송’인 ‘하이프레시 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잇츠온‘은 고객이 주문하면 매일 요리해 신선하게 전달하는 콘셉트의 간편식이다. 냉동 및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식품을 프레시 매니저가 직접 문앞까지 배달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배송 시간대 설정이 가능하고 하나만 구매해도 배송비가 없다.

하이프레시의 경우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1인용 전기차인 ‘트위지’ 12대(12명)로 전기차 운전이 가능한 매니저를 중심으로 ‘저녁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현재 시험운영 기간이라 전날 오후 2시까지 주문해야 다음날 저녁에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곧 당일 주문 시스템을 오픈해 ‘아침에 저녁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적용 지역도 확대할 방침이다.

당일배송·새벽배송 등은 있어왔지만 유통·식품 업계에서 저녁배송이 탄생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문제는 이들 프레시 매니저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저녁배송 실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저녁 6시~11시 사이에 주문을 하면 퇴근 직후 귀가하며, 늦어도 자정 전에는 요구르트 제품은 물론 ‘잇츠온’이나 ‘밀 키트’ 등의 가정 간편식을 집 현관에서 배송해야 한다. 이어 새벽배송은 음식이나 상품을 오후 11시가 넘어 주문해도 다음날 오전 6시면 집 앞에 가져다 놔야한다.

특히 새벽배송은 주간근무보다 피곤할 수밖에 없고, 심야시간에 운전을 하는 만큼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여성으로 이뤄진 프레시 매니저들이 새벽부터 늦은 시간대까지 활동하는 것에 대해 체력적인 피로감은 물론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새벽배송 업체 관계자는 "쿠팡,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원 대부분이 남성들로 이뤄져 있다"며 "새벽 배송의 경우 체력적으로 피로감을 더 느낄수 있고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돌발 상황에 대한 사전 대비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프레시 매니저들이 상당수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2008년 전국에 618개로 정점을 찍은 한국야쿠르트의 방문판매망이 해마다 축소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598개로 600선이 무너진 이후 2014년 584개, 2016년 541개로 해마다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536개로 정점 대비 13.2%나 감소, 현재 1만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판매망 축소율은 ‘프레시 매니저’의 감소율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판매거점을 없애면서 프레시 매니저들도 직장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2017년 첫 선을 보인 ‘하이프레시’의 올해 8월 기준 회원수는 68만 명으로 매출은 올해에만 8월까지 약 12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3% 신장하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인력을 오히려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프레시 매니저의 경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일반적인 ‘워킹맘’이 아닌 ‘부업형 워킹맘’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을 강화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업형으로 근무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집 근처 판매거점이 사라지고 신사업에 의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남성들도 하기 힘든 새벽·저녁일을 하는 것도 회사를 떠나는 배경이다”며 “야쿠르트 아줌마는 마치 슈퍼우먼 대하는 사내(?) 인식도 이들에게는 피로감으로 다가 올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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