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삼성중공업에 23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소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삼성중공업에 23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소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뉴시안=박현 기자]삼성중공업이 하도급 작업이 시작된 후에 뒤늦게 계약서를 발급하고 제조원가 이하 대금을 강요하는 등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 위탁 내용을 부당하게 취소·변경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4월 시행된 ‘다수 신고가 접수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따라 직권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는 그동안 삼성중공업의 하도급 대금 부당 결정 등에 대한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06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3만8천45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뒤에야 발급했다. 그 가운데 전자서명 완료에 앞서 이미 공사 실적이 발생한 경우가 무려 3만6646건에 달했으며, 공사 완료 후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684건, 지연 발급건을 파기하고 재계약을 맺은 경우가 1121건이었다.

이는 하도급 계약 내용과 당사자 간 서명이 담긴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계약일은 전자서명 완료일로 해야 한다는 하도급법 규정을 위반한 행위라는 공정위의 지적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2017년 7월부터 선체 도장단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 대비 일률적으로 부당하게 깎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2018년 5월까지 10개 업체에 409건의 공사를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 5억 원을 인하했다. 하지만 선체 도장작업이 이뤄지는 도크·선종별로 작업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95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2912건의 수정 추가공사를 위탁하고, 공사가 진행된 후 일방적으로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수정 추가공사 발생 시 삼성중공업 생산부서에는 실제 투입 노동시간을 바탕으로 수정 추가 노동시간을 산정한 뒤 원인·예산 부서의 검토를 요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부서는 실제 투입 노동시간보다 적게 수정 추가 노동시간을 산정했고, 관련 부서도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추가로 대금을 삭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그 결과 해당 위탁 수정 추가공사 하도급 대금이 하도급업체의 제조원가 수준보다 낮게 책정됐으며, 하도급업체들은 제조원가보다 약 13억원이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밖에 삼성중공업은 2015부터 2018년까지 별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데도 142개 사외 협력사에 대해 6161건의 선박부품 발주건을 임의로 취소·변경하기까지 했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로 삼성중공업의 계약 절차 등 문제점에 기인한 위반 행위, 선시공·후계약 행위,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한 행위 등을 제재했다”면서 “관행적인 불공정행위로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엄중 조치를 내린 만큼 앞으로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