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박현 기자] LS그룹 총수 일가가 최근 가족과 친인척 등에게 330억 원대의 주식을 대거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대규모 주식 증여가 이뤄져 증여세를 크게 줄인 것으로 판단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홍 회장의 누나인 구근희 씨 등은 지난 5월 이후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LS 주식 총 95만9000주를 증여했다.

해당 주식 증여는 지난 5월 11일과 12일 일괄 이뤄졌다. 5월 12일 LS 주가(3만4900원) 기준으로는 총 334억 원대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473만1413주의 20.3%에 해당한다.

구자열 회장은 두 딸에게 10만 주씩, 구자홍 회장은 두 명의 조카에게 6만 주씩 증여했다. 구자엽 회장은 아들과 친인척 등에게 12만7000주를, 구자은 회장은 두 자녀에게 10만 주씩을, 구자균 회장은 두 자녀에게 5만 주씩을 각각 넘겨줬다. 구근희 씨는 딸 등에게 14만2000주를 나눠준 데 이어 지난 16일 자녀에게 추가로 7만 주를 증여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주식 증여가 이뤄진 5월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LS 주가는 5월 11일에 3만5900원, 12일에는 3만4900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4만7800원) 25%가량 떨어졌다.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가격의 평균이 기준이 되는 바, 코로나19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들 일가로서는 증여세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7일 기준 LS 주가는 3만8250원이다.

더욱이 이번 증여 대상에는 2013년생인 7살 이모 양도 포함됐다. 이양이 받은 주식은 1만8000주로, 5월 11일 종가(3만5900원) 기준으로 6억46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양은 올해부터 배당도 받을 수 있게 됐다. LS의 지난해 배당(주당 1450원) 기준으로 올해 2600만 원을 배당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일가가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시기를 틈타 자녀나 친인척에게 주식을 물려줬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주가가 떨어질 때 증여를 하는 행위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의사결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증여한다는 것은 ‘부의 대물림’이란 측면에서 분명히 지적받을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그룹 측은 해당 증여 사실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오너 일가 차원에서 증여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을 뿐, 단순히 주가가 떨어졌다고 증여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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