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모빌리티쇼 개막식이 열린 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소모빌리티쇼 개막식이 열린 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미래차 등 그린 모빌리티를 위해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았다. 미래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담대하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4차산업혁명 선도국가로 올라서자는 것이다.

이날은 현대차가 국내 수소차 판매량 1만대를 넘긴 날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다. 일각에서는 수소차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을 내놨다.

그러나 전국의 수소차 충전소는 10월 말을 기준으로 연구용 8기 포함 47대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이름값이 무색하다. 수소차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다.

수소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서울에는 현재 1152대의 수소차가 있다. 충전소는 4곳이 전부다. 얼마 전 양재 충전소가 문을 열었지만, 워낙 많은 차를 감당하다 보니 충전 대기까지 출퇴근시간에 가면 한두 시간 대기하는 경우도 잦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총 62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된 제주도에는 수소차가 없다. 올해 초 1대 있던 수소차도 사라졌다. 행방을 묻자 육지에 살던 주민이 제주도에 1대의 수소차를 반입했으나, 충전소가 없어 다시 육지로 반출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전소가 없으니 당연한 사연이다.

제주도는 당분간 수소차 충전소 구축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개인 승용차는 전기차를 장려하고, 수소차는 화물차 등 상용차로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지사가 공언한 '제주 뉴딜' 사업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제주도민은 수소차를 못 탄다는 얘기다.

지자체 중 보조금이 가장 높은 강원의 경우 총 699대의 수소차가 있다. 반면 수소 충전소는 삼척시 1곳에 그친다. 충전소 1기가 약 700대의 연료 충전을 책임지는 셈이다. 도내 유일한 수소 충전소지만 '만땅' 충전도 불가능하다. 다른 지역의 충전소는 수소차 연료 고압 충전 때 연료의 80%까지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중압 방식을 채택한 삼척 충전소의 경우 잔량과 관계없이 50%의 연료만 충전할 수 있다.

춘천과 원주에 충전소가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수소차를 구매했지만, 여전히 경기도까지 '원정 충전'을 가는 이용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춘천휴게소, 문막휴게소, 내린천 휴게소에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먼 길을 가도 충전설비 고장 등 관리 미흡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에는 불편은 더 커진다. 실제로 전국의 충전소가 개장 직후 잦은 고장으로 인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분이면 충전이 완료되는데 고장이 너무 잦다. 겨울철이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인건비 등으로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소차 운전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충전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원주시는 최근에서야 주민 반발 등을 봉합하고 수소차 충전소 사업 부지를 선정할 수 있었다. 문막읍에서 내년 2월 초 착공에 들어가 4월 완공 계획이다. 시는 보조금을 늘려 올해 50대 수준에서 내년에만 총 200대 수준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예산은 지금보다 네 배 가까이 늘어나는데, 충전소는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보조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정부는 수소차 판매 장려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었다. 현대차 넥쏘를 기준으로 국가 보조금 225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 최대 2000만원이 지원된다. 강원도민은 7000만원대의 넥쏘를 최대 425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강원도의 대부분 지역은 수소차 보조금으로 편성된 예산이 지난 상반기 중 소진됐다. 이후 수소차를 구입하는 이들에겐 보조금 지급이 막혀버린 것이다.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예산이 소진됐다, 코로나 사태로 추가 예산 집행이 어렵게 됐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소차를 구매하는 프로세스는 이렇다. 차주가 수소차 구매를 결정하면 판매원이 거주지의 지자체에 보조금을 요청한다. 이후 지자체가 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납하고, 차주가 나머지 금액을 결제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보조금이 모두 동났다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기한은 정해지지 않는다. 간혹 추경 예산으로 잡히는 경우도 있으나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수소차 충전소 관련 민원을 감당할 수 없어 거절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사실상 '선착순'이라는 얘기다. 지원금을 받아 수소차를 구매하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등 수소 활용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 생산력은 주요국 대비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0월 말 기준 일본은 총 112곳의 수소충전소를 두고 있다. 전국에 보급된 수소전기차가 644대에 그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실정이다. 2030년까지는 총 900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 85만대, 수소충전소 600곳 설치가 목표다. 

정부 차원의 수소 생산 관련 인프라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하드캐리'가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부랴부랴 '범부처 수소충전소 전담조직'을 출범시켰다. 힘을 더하기 위해 환경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기재부와 국토부 및 산자부 등 관계부처 국장급을 위원으로 추대했다. 이들은 수소충전소 구축 관련 인·허가권을 한시적으로 환경부로 상향하고, 그린벨트 내 수소충전소 입지 규제 완화 등 지자체와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수소'를 연료로 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019년 5월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수소 충전소 개발 부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반발이 거셌다. 수소라고 다 같은 수소가 아닌데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쉽지 않다. 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공청회 개최 등의 노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수소차는 수소탱크를 싣고 달린다. 누군가에게는 수소폭탄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현대차는 수소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의 막연한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충돌시험 항목에 추가 시험을 더 해 안정성을 증명하고 나섰다.

수소 가격 정상화를 통한 충전소 운영의 경제성 확보도 시급하다. 첫 수소차 넥쏘가 첫선을 보인 이후 약 2년이 흘렀지만, 공급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큰 차이로 인한 충전소 운영사업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오죽하면 정부가 수소연료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운영지원에 대한 검토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수소 품질 검사 비용 지원 및 전기료 인하 방안 등을 내놨지만 기재부에서 사장됐다.

수소 경제는 좀 더 빨리,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전망이다. 2050년 '수소'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정적인 국내에서도 70조원 시장 규모와 60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그린뉴딜', 4차산업혁명의 선도국가의 꿈. 목적과 취지는 원대하지만 걸음마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수소차 보유국이지만 현실은 아직 초라하다.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을 앞둔 만큼, 수소경제로의 '에너지 대전환'을 향한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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