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서울시의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의원회관이 폐쇄된 가운데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 건물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참고사진=뉴시스)
지난 9월 28일 서울시의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의원회관이 폐쇄된 가운데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 건물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참고사진=뉴시스)

[뉴시안= 정영일 기자]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78명이 나오는 등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자 정부가 비상 감염예방조치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중구청에서 임시선별진료소를 세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이 광장을 에워싼 긴 줄을 만들었고 초조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던 이 날 낮 1시 40분쯤, 서울광장에서 불과 200m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는 9명의 남녀가 다닥다닥 앉아 박수까지 쳐가며 큰 소리로 떠들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이 식당에는 5명의 손님이 더 있었지만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의 행태는 평상시에도 보기 드문 꼴불견이다. 

게다가 정부가 12월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방역조치를 고시하면서 음식 섭취 때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 테이블 간 띄워 앉기도 시행됐지만 두 테이블은 딱 붙어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과 회기 중 대낮 술판을 벌여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과 회기 중 대낮 술판을 벌여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다름 아닌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들과 시의회 사무처 직원들이었다. 방역에 솔선수범해야 할 의원과 공무원들이 정부의 조치를 비웃는 듯 대낮에 술판을 벌이고 있던 것이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동료 의원에 대한 뒷담화부터 지역구 사업에 시예산을 몰아주기 위한 꼼수 논의까지 일반 음식점에서는 들을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서울시의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술판은 3시 43분까지 두 시간 이상 이어졌다. 그러나 중간에 식당 종업원들의 제지는 전혀 없었다. 취재 결과 이 식당 주인과 술판에 참여했던 한 시의원과 지인 사이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의원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음주상태로 시의회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제298회 정례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점심시간의 반주(飯酒)’로 여기기에는 과할 정도의 술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뉴시안은 회기 중인 것을 고려해 해명할 시간을 달라는 시의회의 요청에 따라 보도를 미뤄왔다. 이후 해당 위원회 간사라고 밝힌 모 의원은 전화통화를 통해 “일부 소속의원들의 회기 중 음주행위에 대해 죄송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결의문을 채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위원회에서 결의문이 채택된 사실은 없었다. 

한편 전날 서울시의회는 자신들의 의회의정활동비를 2.7% ‘셀프 인상’해 비난을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매출 타격을 입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비 반납은커녕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 1.5%보다 큰 규모이다. 이로 인해 봉사직인 시의회 의원들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후안무치’의 행동을 벌였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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