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정몽규 회장.(사진=대한축구협회)

[뉴시안= 정창규 기자]국세청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사를 담당하는 곳이 비리나 횡령, 탈세와 비자금 등 주로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란 점에서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세무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몽규 회장의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HDC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HDC가 지주사 전환 이전인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에 받는 조사로 4~5년마다 받는 통상적인 정기세무조사보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기업의 탈세나 탈루,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포착됐을 때 사전 예고 없이 들이닥치것으로 유명하다.

HDC 입장에선 공교롭게도 지난 2017년에 진행된 조사 역시 조사4국이 진행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8월 요원이 투입돼 11월쯤 마무리 돼야 했었지만 12월까지 연장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세무조사는 HDC가 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HDC는 이 시절부터 사세가 급성장했는데 4대강 사업 외에도 경인아라뱃길, 호남고속철도 등 정부 발주 사업에서 입찰 담합 명단에 자주 이름을 올렸었다.

또 HDC신라면세점과의 관련성 얘기도 흘러나왔었다.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손을 잡고 사업권을 따낼 때 박근혜 정부에서 특혜를 줬다는 뒷말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HDC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의 개인 자금에 대한 흐름도 크게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HDC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조사4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지주사 전환 과정은 물론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주식 매입이 이어졌던 만큼 관련 부문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HDC가 진행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에 대한 보복성 조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면서 "직전 조사에 이어 이례적으로 조사4국이 또다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과 오너일가에 대한 자금 부문에 대한 조사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DC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답변을 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정몽규 회장은 지난 7일 제54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해 최종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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